몸에 걸친 것을 훌렁 벗어 던지고 바닷물로 뛰어든다. 물은 그리 맑은 편이 아니다. 멀리서는 쪽빛으로 보였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서해의 그것과 다름없다. 앗! 발바닥이 따갑다. 정강이까지 찬 물 밑에 띠를 이뤄 깔린 뾰족한 자갈이 날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저도 모르게 한 발을 떼 앞으로 내딛는다. 이번엔 물컹한게 느낌이 야릇하다. 아래쪽에서 뭔가가 발을 잡아채 끌어내리는 것 같다. 무릎까지 쑥 빨려 들어간다. 다시 중심을 잡고,엉덩이,허리,어깨를 차례로 물속에 잠근다. 머리는 약간 들어 세우고,두 팔을 쭉 펼치면서 엉덩이를 조금 들어올린다. 신기하다. 맥주병 신세를 면치 못하던 몸이 뜬다. 노련한 수영선수가 물에 떠 있듯이,정말 몸이 둥둥 뜬다. 찰랑찰랑 몸을 간지럽히는 아주 약한 파도의 느낌도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요르단 쪽으로 찾아간 사해(死海). 머리는 물 밖에 두고,그냥 편안하게 누워 있으면 몸이 떠버리는 신비의 바다다. 바다 해(海)자를 쓰지만 흔히 생각하는 바다는 아니다. 거대한 호수격이다. 바닷물 표면보다 4백m나 낮은 곳에 있는데 바닷물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요단강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요르단과 이스라엘 쪽에서 흘러드는 민물이 전부다. 그런데도 물이 바다처럼 짜디 짜다. 녹아 있는 염분이 28∼33%에 달한다고 한다. 보통 바닷물의 염분 함유율보다 5배나 높을 정도로 진하다. 물방울이 튀어 눈으로 들어가면 다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아리다. 바닥의 암염이 염분을 풀어놓고,유입되는 물보다 증발하는 물의 양이 더 많으니 짤 수밖에 없겠다. 때를 맞춰 가면 물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소금기둥도 볼 수 있다.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그래서 죽을 사(死)자를 쓴다. 리조트 사람들은 식탁에 오른 물고기를 사해에서 잡아온 것이라 하지만,처음 온 관광객들에게 하는 농담일 뿐이다. 사해의 물은 염분 외에도 각종 유기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비누와 비료의 원료로 쓰이는 포타슘은 인류가 1백년은 쓰고도 남을 만한 양이라고 한다. 이들 유기물질은 피부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사해 진흙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물 속에서 바닥의 진흙을 바르고 떠 있거나,바깥에서 진흙을 발라 말린 뒤 닦아내는 등 진흙팩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비누와 진흙팩 등은 상품으로도 나와 있다. 수도인 암만에서 1시간30분 정도면 닿는 곳이어서 주말이면 늘 사람들로 붐빈다. 사해는 그러나 50년 뒤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수면이 해마다 1m씩 낮아진다는 것이다. 유입되는 물의 양이 현저히 줄고 있어서다. 주변 나라에서 강물을 빼 식수 등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리조트에 걸려 있는 항공사진을 보면 사해의 모습이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주 옛날에는 길이가 1백km에 달했는데 지금은 6km 정도에 불과하다. 폭도 16∼25km로 좁아지고 있다. 현재 사해 연안국을 중심으로 사해 살리기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사해 주변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해발 1천m 고지에 자리한 십자군 성인 카락 성에서 깊은 계곡길을 따라 사해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소돔과 고모라일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가 나온다. 건물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을 볼 수는 없는 황량한 땅 둘레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구약시대 주거지로 추정되는 유물들이 발견된 지점이라고 하는데,바로 소돔과 고모라가 있었던 곳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연안 길을 따라 가면 오른편 높은 언덕에 사람 형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소금기둥 바위다. 롯은 소돔이 멸망할 당시 두 딸과 부인만 데리고 피신했는데,그 부인이 하늘의 말을 어기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굳어버린 것이라고 한다. < 여행수첩 > 요르단은 아라비아반도 북서부에 있는 나라다. 이스라엘,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40% 정도이며,인구는 5백40만명. 수도는 암만이다. 한국 보다 7시간 늦다. 디나르화를 쓴다. 환율은 1디나르에 1.43달러 안팎. 카타르항공(02-3708-8560)은 인천~도하(카타르)직항편을 주 3회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1시간 내외. 도하에서 암만까지 비행기로 2시간30분 걸리며,암만에서 사해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요르단 밸리 메리어트 리조트&스파,뫼벤픽 리조트&스파 그리고 요르단 사해에 가장 먼저 생긴 사해 스파호텔 등의 리조트가 있다. 천지항공(02-703-7100)은 카타르 도하관광,사해 수영 및 진흙팩체험,와디름 사막지프투어와 함께 페트라,제라시,마다바 등지를 둘러보는 7박8일 일정의 성지순례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1백89만원.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