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산업은 어떤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한 회사가 새 상품을 선보이면 얼마 안돼 경쟁사가 유사한 상품을 내놓는다.


가격인하 경쟁도 불꽃을 튀긴다.


때문에 생존을 위해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제품을 계속 내놔야 한다.


끊임없는 가치창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치창조(value creation)에는 크게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개발에 바탕을 둔 기술혁신(technology innovation)이다.


가전산업의 새 지평을 연 라디오나 TV, 컬러TV 등은 기술혁신의 산물이다.


또 다른 하나는 비(非)고객까지 사로잡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다.


'워크맨'으로 더 잘 알려진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등이 가치혁신을 통해 탄생한 제품들이다.


대형 녹음기와 소형 라디오의 장점을 결합시킨 '워크맨'에서 보듯 가치혁신은 새로운 기술보다 기존 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의 결합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혁신이나 가치혁신, 또는 둘을 결합한 방법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기술혁신에는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선진국 대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원천기술 축적이 적고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는 기술혁신보다는 가치혁신에 승부를 거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혁신에 비해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데다 실패 확률도 낮아서다.


이미 성공 사례도 있다.


김치냉장고, 휴대용 MP3플레이어, DVDㆍVTR겸용기기 등은 우리 가전업계가 가치혁신을 통해 새롭게 개척한 시장이다.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해 기술혁신을 포기했다면 다시 용기를 내자.


가치혁신을 통해 얼마든지 새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다.


가치혁신의 골자는 지금 시장에서 만족되지 않고 있는 수요를 찾아내는데 있다.


지금 시장에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기술혁신에 비해 쉽고 돈이 덜 들며 리스크가 적음은 물론이다.


위니아만도를 보자.


기존 차량용 공조기술(에어컨, 히터)에 땅속 김장독의 원리를 접목시켜 김치냉장고 '딤채'를 개발했다.


보유 기술을 가치혁신적으로 활용해 막대한 R&D 비용을 투입하지 않고도 1조4천억원대의 새 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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