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설립이 까다로워지는 모양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설립 인가 심사 때 지금까지는 부지 교원 등 양적 요건만 봤지만 앞으로는 설립목적 학칙 등 질적 사항과 함께 자금 출처도 따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6년 설립 요건만 갖추면 인가를 내주는 이른바 대학설립준칙주의가 8년만에 사실상 유턴을 한 셈이다. 교육부의 이런 조치는 대학의 부실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신입생 정원미달이 속출하고 있고 특히 지방 사립대는 거의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육부는 이런 위기가 대학설립준칙주의가 도입되면서 대학 수가 크게 증가한 데 기인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난 8년간 이 준칙주의에 힘입어 늘어난 대학 수만 해도 4년제대학 37개,대학원대학 30개에 달했고,그 과정에서 전문대나 산업대가 4년제로 승격하기도 했다. 이 기간 동안 대학에 들어갈 학생 수는 1만명 늘어난데 비해 대학 정원은 그보다 10배 이상 늘었으니 교육부가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이 진입 측면의 문제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대학의 퇴로가 봉쇄됐던 탓도 크기 때문이다.대학도 자유롭게 구조조정이나 인수ㆍ합병이 가능했다고 한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 문제는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현재의 법과 제도 때문이다.법인이 스스로 퇴출할 경우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지금의 사립학교법이다. 늦게나마 교육부가 이 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다행한 일이다. 올 상반기에는 국립대의 연합 및 통ㆍ폐합을 유도하는 방안을, 하반기에는 사립대의 인수ㆍ합병과 해산을 유도하는 법안을 각각 마련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좀더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방 사립대 문제는 너무도 심각해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발등의 불이다. 일의 우선순위라든지 시급성 측면에서 따진다면 대학 설립과 같은 진입 규제보다 더 급한 것이 바로 구조조정이다. 우리는 대학 설립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자칫 기존 대학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악용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규제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망해야 할 대학은 당연히 망해야지 그렇지 않고 진입 규제 덕에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면 그것은 전체 대학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꼴이 될 뿐이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라고 해도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그런 경쟁환경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