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의 해외투자 급증 현상은 국내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국내는 도외시한 채 해외 투자만 늘린 결과 국내 우량기업의 가치상승에 따른 수혜는 외국인이 독차지하고 SK㈜ 사태 등 '금융주권 상실' 등에 따른 부정적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 믿음을 잃은 국내시장 개인투자자금의 해외유출 현상은 무엇보다도 불안정한 시장에서 비롯됐다. 김용식 한투증권 해외상품팀장은 "국내 증시가 500∼1,000 사이의 박스권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와중에 대부분 개인들은 증시에서 손실을 입었고 그 결과 국내증시에 불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3월 이후 주가는 80% 가까이 상승했고 900선을 넘었지만 '지금이 꼭지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팽배하다는 얘기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국내 간접투자시장이 투명성과 상품 다양성 등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국내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하는 주 원인"이라고 말했다. ◆ '쏠림현상'이 큰 문제 개방체제로 나아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일면이 있다. 우재룡 사장은 "국내 증시비중이 세계의 1.3%에 불과한 데다 변동성마저 높은 상황에서 투자대상 분산이 가능한 해외투자는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시장으로의 '쏠림현상'이 일어나며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작년 3월 이후 외국인은 64조∼65조원에 달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이 기간 중 개인은 거래소시장에서만 9조5천억원, 기관들은 12조1천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특히 해외펀드 투자가 급증한 작년 10월 이후에만 종합주가지수는 30% 이상 상승, 개인들은 상승장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다. 증권전문가들은 해외 펀드도 세계적인 금리 상승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급부상하는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펀드도 향후 주가상승률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특히 SK㈜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우량주식에 대한 외국인 매집현상으로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위협에 직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 주식수요 기반 확충이 대안 개인들의 해외투자 쏠림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재룡 사장은 "기업연금을 도입하고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활성화해 수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며 "국내 증시가 장기 박스권 상단인 1,000포인트를 넘어 장기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국내 투신사들은 부동산펀드 실물펀드 등 대안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정부도 주식형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어야 한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