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황영기 체제] 투신ㆍ증권업계 초대형 M&A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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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초반의 젊고 역동적이며 국제금융 흐름을 잘 아는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52)이 우리금융의 선장을 맡게 됨에 따라 국내 금융산업은 새로운 변화에 휩싸일 전망이다.
국민 우리 신한(조흥 포함) 하나은행간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지지부진하던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황 내정자에게 놓인 과제가 녹록하지만은 않다.
당장 효율적인 민영화를 이뤄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논란이 됐던 지배구조 문제도 마무리짓고, 지주사와 계열사간 원활한 정보 및 인적교류의 토대도 닦아야 한다.
◆ 선임 배경
회장후보추천위는 크게 세 가지 선정기준을 세웠다.
△민영화 추진에 적합할 것 △전략적 사고 방식을 할 것 △리더십과 혁신적인 변화 수용능력을 갖출 것 등이 그것이다.
"이번 공모에 응한 15명의 후보중 이같은 기준을 가장 충족시킨 사람이 황 사장이었다"는게 이재웅 추천위원장의 설명이다.
여기에 뱅커스트러스트은행 삼성생명 삼성투신 삼성증권 등 제1,2금융권을 두루 경험하고 삼성그룹 국제금융팀장, 삼성전자 재무팀장 등 기업재무를 체험했다는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시장을 아는 인물'을 선호하는 이헌재 경제부총리로부터 호감을 받은 것도 결정적인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 당면 과제
대외적으로는 '출신 성분'에 대한 일부의 부정적 시각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급선무다.
금융산업 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삼성 출신인 황 전 사장 선임에 대해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할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황 내정자가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 응모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이 부총리도 "출신은 문제가 안된다"고 옹호했지만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내부적으로는 우리금융을 씨티그룹과 맞설만한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키워낼 수 있느냐 여부가 최대 과제다.
이는 황 내정자 본인의 '포부'이면서 공적자금 회수 문제와도 연관돼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 3월 말까지 정부 지분(86.6%)을 완전히 팔아야 한다.
정부의 기대대로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이 기간에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인 셈이다.
지배구조를 개편해 우리금융그룹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도 당면 과제다.
이와 관련해서는 황 내정자의 행장직 겸임에 대해 우리은행 노조가 당장 반대하고 나선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노조와의 관계 설정이 부수적인 과제가 될 전망이다.
◆ 금융계에 미칠 영향
금융계에서는 황 내정자에 대해 벌써부터 '제2의 김정태 효과' 운운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황 내정자의 경력이나 경영 스타일을 감안할 때 과거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큼 은행권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그가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에서 경력을 닦았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경영에 삼성 스타일이 이식될 가능성이 크다.
황 내정자의 등장은 2금융권의 구조조정도 촉발할 전망이다.
그가 "우리금융의 발전을 위해선 비은행 부문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은행이 한국투신과 대한투신 인수 추진을 선언한 바 있어 우리금융까지 가세할 경우 이들 2금융권 회사의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