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이 8일부터 이틀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1차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갖고 한ㆍ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아세안과의 FTA는 칠레, 일본, 싱가포르에 이은 네번째 'FTA 드라이브'인 동시에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더불어 세계 3대 지역경제블록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세안과의 산업 연결고리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회의는 FTA 체결을 위한 정부 협상의 전(前)단계로 오는 9월까지 3∼4차례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11월29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 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지난해 교역규모는 6천8백80억달러로 EU와 NAFTA의 4분의 1수준이지만 오는 2015년까지 역내 관세를 모두 철폐키로 하는 등 자유무역 확대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일본이 아세안에 지속적인 'FTA 러브콜'을 보내며 동남아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 2002년 11월 중국과 FTA 체결을 위한 기본 합의문에 서명하고 10년 안에 FTA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고, 일본과도 FTA를 포함한 포괄적 경제협력협정에 서명하고 10년 내 합의사항을 모두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김한수 외교통상부 FTA담당 심의관은 "역내 무관세화로 한국의 대(對)아세안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며 "아세안이 일본, 중국 등과 FTA를 발효시킬 경우 한국은 동남아 시장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ㆍ아세안 FTA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 후생수준이 1.15% 개선되고 국내총생산(GDP)은 0.64%, 무역수지는 50억∼6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저가 전자제품과 연간 6억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산업 비교우위 품목 선별과 농산물의 단계적 관세 철폐가 향후 협상에서 쟁점화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