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만 해도 순조로웠던 우리금융지주 회장 인선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러 상당한 산고를 겪어야 했다. 결국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1순위로 추천한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내정됐으나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우리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7명)가 구성된 것은 지난달 20일.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외부전문가 3명을 추천위원으로 결정,정부의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자아냈다. 이어 지난달 28일 마감된 회장 후보 공모엔 모두 15명이 응모했다. 이중 초반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알려졌던 사람은 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최명주 한국IBM금융부문 부사장 등 2명이었다. 그러나 윤 이사는 정부의 '본심'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고 판단, 지난달 29일 면접을 통보받는 자리에서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최 부사장의 경우 '정권 실세의 지원설'을 업고 다크호스로 부상했으나 실세의 실체가 불분명해지면서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추려진 면접대상자는 황 전 사장, 신명호 전 주택은행장, 김상훈 국민은행 회장, 장병구 수협 신용대표, 전광우 우리금융 부회장, 최연종 전 한국은행 부총재 등 6명. 이들은 능력도 능력이지만 저마다 후원세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당시 금융계에 나돈 소문은 △이헌재 부총리가 의중에 두고 있다(황 전 사장) △관가와 정치권의 지원을 받고 있다(김 회장) △노무현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 때 신임을 얻었다(장 대표) △부산상고 인맥이 지원하고 있다(최 전 부총재)는 것 등이었다. 그리고 지난 2일. 6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면접이 실시됐다. 추천위 관계자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그가 삼성그룹에서 잘 나가는 이유를 짐작케 할 정도의 한 차원 높은 식견을 보였다고 한다. 전 부회장도 황 전 사장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으나 점수에서는 황 전 사장에게 밀렸다. 김 회장 역시 기대 이상의 식견과 논리, 업무 파악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추천위는 지난 3일 이들 3명(1순위 황 전 사장, 2순위 전 부회장, 3순위 김 회장)으로 후보를 좁혀 정부에 결격사유 검증을 의뢰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황 전 사장이 1순위로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출신 성분'에 대한 시비가 본격화됐다. 금융산업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우려를 낳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대를 천명했다. 정치권에서도 선거전략을 내세우며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헌재 경제 부총리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황 전 사장의 삼성그룹 근무 경력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응원하고 나서는 등 '특유의 뚝심'을 발휘, 원안대로 밀어붙였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가장 큰 관심사는 과연 황 전 사장이 언제부터 사실상 내정됐느냐 여부다. 이에 대해선 '처음부터'라는게 정설이다. '제2의 김정태'를 원하던 이헌재 부총리의 희망과 황 전 사장 본인의 역량이 어우러져 출발선부터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것. 다만 정부가 의중을 끝까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 추천위가 애를 먹었을 뿐이라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발표가 7일 오전으로 지연된 것은 '탄핵정국'으로 골치 아픈 청와대의 재가를 받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란 관측도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