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은 마술이라고 한다. 연예인은 물론 보통 사람도 화장하기 전과 후 딴사람이 되는 일이 흔하다. '비포&애프터'를 구분짓는 화장술에 외모 지상주의가 겹친 탓인지 전같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2∼3년은 지나야 하던 화장을 지금은 중고생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한다고 야단이다. 화장품의 종류는 셀 수 없다. 스킨 로션 같은 기초화장품에서 립스틱 아이섀도 결점 커버 파운데이션 등 색조화장품과 향수는 물론 모발 체형관리(군살 제거용 등) 제품까지 수백 가지에 이른다. 가격도 몇천원부터 십수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주름을 없애고 얼굴을 뽀얗게 만들어준다는 기능성 화장품은 수십만원짜리도 많다. 값 비싼 수입품 일색인 화장품 시장에 저가품 바람이 거세다는 소식이다. '미샤' '더페이스샵' 등 10∼20대를 겨냥한 1천∼1만원 미만 화장품이 돌풍에 힘입어 백화점에도 입점했다는 것이다. 유리 대신 플라스틱 용기에 담고 인터넷과 직매장 판매로 유통마진을 없애 가격을 낮춘 게 모양보다 실용성을 따지는 젊은층에 주효했다고 한다. 화장품 가격이 광고비와 용기개발비 포장비 유통마진에 좌우된다는 얘기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어떤 브랜드이건 재료나 성분상 차이는 적고 성분배합률과 향 용기만 다를 뿐이라는 말도 있다. 그런데도 '비싸야 잘 팔린다'는 식의 얘기와 함께 고가품만 쏟아졌고 그로 인해 일부에선 사회 초년생을 공짜 마사지로 유혹,수십만원어치의 화장품세트 구입을 강요하는 부작용까지 벌어졌다. 이런 마당에 개당 5천원 미만짜리가 나오자 젊은층이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저가 화장품 붐에 대한 시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화장품값의 거품을 뺀 만큼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것과 IMF 직후 같은 일시적 현상으로 경기가 회복되면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게 그것이다. 피부는 화장품보다 세안과 수면,적절한 운동과 음식에 달렸다고 한다. 괜스레 이것저것 바르거나 고농축 제품을 선호하기보다 식생활을 조절하고 가벼운 제품을 고르는 게 낫다는 얘기다. 저가 화장품 바람의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모든 건 품질관리와 소비자 태도에 달렸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