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계약자 몫으로 돌려야 할 2조원 규모의 장기투자자산 평가이익을 주주 몫으로 배분했다"는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의 주장은 주목을 모으기에 충분하다. 생보사 이익배분 문제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을 들고나왔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정책당국의 책임있는 고위당국자가 이런 식으로 개인의견을 밝힌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이 부위원장의 '개인의견' 발표가 금감위 내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다는 얘기는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이 발표가 해당 기업에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생보사 이익배분문제는 대단히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임이 분명하고 그로 인해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확고한 소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차관급 공직자가 조직의 공식의견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식의 발표를 해도 되는 것인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장기투자자산 평가손익의 경우 '계약자 지분조정계정'과 '자본조정계정'에 나눠 계상토록 돼있고, 계산 방식도 당해연도만 계산하는 '당기개념'과 해당자산에 투자한 시점과 비교하는 '누적개념' 두가지가 있어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그의 주장은 삼성생명측이 '당기개념'이 아닌 '누적개념'을 적용함으로써 계약자 몫을 희석시키고 2조원가량을 주주 쪽에 더 계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업계에선 많은 반론이 나오고 있다. 생보사들은 교보생명을 제외하면 모두 관행적으로 누적개념을 사용해온데다 현행 규정상 어느 쪽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 프랑스 독일 같은 선진국들도 대부분 누적개념을 쓰고 있기도 하다. 정부기관이 정책,특히 당사자에게 결정적 피해를 줄 수도 있는 내용을 밝힐 때는 다양한 의견을 들어 공식입장을 먼저 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를 지도·감독하는 것이 순리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생보사 이익배분 처리방법에 대해선 금감원내에서도 "회계기준 해석상의 문제이지 규정 위반이나 분식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적지않다.발표를 서두르기에 앞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안을 만드는 게 선결과제라는 이야기다.고위 정책당국자가 그런 과정도 없이 개인의견을 마구 쏟아내는 것은 문제다. 금감위 부위원장은 대학교수나 연구소 연구위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