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충북 옥천군 안내면 도농리 양계농장. 이 농장의 주인인 황명동씨(54)는 폭설로 주저앉은 양계장에서 살아 남은 닭과 계란을 꺼내느라 바쁜 일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황씨는 "조류독감에서 겨우 벗어나 한숨을 돌리는가 싶었는데 이번 폭설로 거의 재기불능 상태에 몰린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이번 폭설로 닭 4만여 마리를 기르는 2천㎡ 규모의 양계장 지붕이 내려앉는 피해를 입었다. 4천여 마리가 압사하고 나머지 닭들은 사흘째 굶고 있지만 일손이 모자라 복구작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형편이다. 복구비용도 3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아무 대책이 없다. 공단 내 기업체들도 폭설피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전시 대덕구 신일동 대전 3산업단지 내 카펫 생산업체인 효성. 이번 폭설로 천막창고 5개동 가운데 4개가 날아간 현장에서 직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만 봤다. "창고에 쌓아둔 제품까지 모두 못쓰게 됐습니다.피해액을 추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장기 침체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재해를 당한 직원들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쓰러진 창고 건물 앞에서 할 말을 잃었다. 효성과 이웃한 화장지 생산업체인 모나리자도 천막창고 3동이 붕괴된 채 눈 속에 파묻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대청산업 기성화학 코오롱제약도 각각 천막창고 1개동이 무너져 내렸다. 공단 여기저기가 마치 눈사태를 맞은 듯 폐허로 변한 현장에서 근로자들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장비 때문에 복구는커녕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내기에도 일손이 바쁜 실정이다. 3·4공단에서 5분여 떨어진 신탄진 풍한산업 공장. 30여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되는 이 회사도 복구작업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완제품 동파 방지를 위해 비닐 씌우기 작업을 하는 게 고작이다.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에 위치한 대전 1·2산업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전타올염색은 지붕이 파손돼 누수 피해를 입은 데다 자재 적치장 천막이 파손됐다. 덕인정밀도 천막이 주저앉았다. 하이로보텍은 연벽(철판) 및 지붕(슬레이트)이 붕괴됐다. 상서동 평촌동 덕암동 등 대덕구 일대 10여개 공장도 전파 및 반파돼 큰 피해를 입었다. 대덕테크노밸리 입주 기업들도 폭설로 직원들이 출근을 못한 데다 공장 마당의 지게차와 파이프 커팅기 등의 가동이 불가능해 주문량을 제작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하우스 재배 농민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막 출하를 시작한 딸기 비닐하우스 3채를 졸지에 잃은 이인구씨(58·충남 공주시 계룡면 상성리)는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자식 키우듯 길러왔는데 한 푼도 못건지게 생겼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번 폭설로 대전·충남지역에서만 축사와 양계장 잠사 등이 1천여채 넘게 파손돼 4백억원 가까운 피해를 냈다. 비닐하우스도 1천4백40ha나 무너져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