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제관료가 바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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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가 피곤해 보인다.
밀려드는 일에 치이는 모습이다.
지난 1일엔 휴일도 반납하고 은행연합회 사무실로 출근해 일을 했다.
최근 기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는 건강 얘기를 했다.
"단전 복식호흡 30분만 하면 기(氣)가 쫙 회복되는데 요샌 그럴 틈도 없다.
(몸은)달래 가면서 써야 하는데…."
부총리의 이런 모습은 의외다.
그는 취임 때 "재경부 직원들은 너무 일을 많이 한다.
쉬엄쉬엄 일하게 하겠다.
쉬어야 창의력도 살아난다"고 했다.
8일 간부회의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다.
그러나 그 자신이나 직원들이나 모두 더 바빠졌다.
재경부 전체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부총리는 지난달 20일 정례 브리핑을 하면서 "신용불량자와 투자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3월 말까지 기본적인 방향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새 재경부가 바쁜 이유다.
재경부 직원들은 신용불량자 대책과 서비스업 세제·금융지원 방안,토지규제 개혁방안 등 세 가지 숙제를 받아 야근도 하고 밤도 샌다.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마감을 정해 놓고 쫓기듯 일하는 모습을 보면 "이건 아니다" 싶다.
총선 전 내놓을 선심정책들의 마감시한을 정해 놓고 '초치기'작업을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상당수 재경부 공무원들은 "총선 때문에 더 바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꼭 그렇게 비틀어서 봐야겠느냐"며 펄쩍 뛴다.
그러나 부총리가 지난 달 "이대로 가면 5%도 힘들다"고 했다가 최근 "잘하면 6%도 가능하다"고 말을 바꾼 것은 아무래도 미심쩍다.
이 부총리는 지난 2000년 재경부 장관 재직시에도 총선전까지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은 필요없다"고 강변하다 총선 후 입장을 번복했었다.
정치에 휘둘린 경제정책의 부작용은 두고두고 민생에 부담이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주기 바란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