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소버린을 잘 모릅니다."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진만씨가 지난 6일 소액주주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한빛은행 행장을 지낸 김씨는 작년 11월 소버린 소유주인 챈들러 형제를 만났다. 지난 1월에도 챈들러 형제의 초청으로 다른 이사후보들과 함께 소버린 본사가 있는 모나코에서 2차회동을 가졌다는 것. 그런데도 그가 파악한 챈들러 형제의 정체는 "적어도 (단기투기세력인) 헤지펀드는 아니며 자기 돈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라는게 전부다. 역시 소버린측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받은 김준기 연세대 교수는 이들 형제가 20년 전에 작성했다는 지배구조 관련 논문 몇 편만을 소개했을 뿐이다. 소버린측 홍보대행을 맡은 엑세스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소버린측이 성공투자의 모델로 내세우는 가즈프롬사 지배구조에 대해 "우리도 알고 싶다"며 답답해 했다. '안갯속'인 것은 소버린의 실체만이 아니다. 소버린측의 법률고문역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소버린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소버린이 일상적 경영활동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이사진을 추천하더라도 경영권 장악 시도로 보기 힘든 것 아닐까요." 그가 겨우 알아냈다는 소버린측의 '경영권 장악'개념이다. 물론 기업인수합병(M&A)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와는 동떨어져도 한참 떨어진 판단이다. 매출 규모 50조원에 60개 계열사를 거느린 한국 재계 서열 3위 그룹을 집어삼키겠다고 나선 외국회사의 대변인과 법률고문으로 보기에는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들에게도 반박할 논리는 없지 않다. 소버린은 개인회사(프라이빗펀드)여서 법률상으론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 그래서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그들이 SK㈜에 대해선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태세다. 자신들을 이사후보로 추천하고 홍보와 법률자문을 의뢰한 소버린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데도 말이다. 김진만씨는 "우리가 무엇이 아쉬워서 외국투자자의 앞잡이가 되겠느냐.바보처럼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재계의 일반적 시각은 그들과 반대 쪽에 있는 것 같다. 한편 김준기 교수는 이날 소버린측 홍보대행사를 통해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태원 회장의 교체를 직접 언급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또 소버린이 보유한 SK㈜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해줄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사견이고 원론적인 설명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