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인텔코리아 연구개발(R&D)센터 발족식은 '연구원도 연구소도 없는' 출범식이었다.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과 인텔 간의 공동연구에 대한 양해각서(MOU)가 맺어지고 연구소장 1명만 임명됐을 뿐이다. 인텔측이 내놓은 것은 연내에 20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할 것이며 수도권에서 적당한 연구소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고,연구 프로젝트도 2∼3개부터 시작해 점차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전부였다. 발족식을 계기로 연구진의 면모를 살펴보려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을 대신해 참석한 김창곤 차관은 거창하게도 '동북아 IT허브론'을 제시했다. 정통부가 연내 6개 해외 IT(정보기술)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올해 3백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9대 IT 신성장동력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해외 IT기업 R&D센터 유치작업과 연계시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해외 유수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R&D센터 유치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시점임에 분명하다. 정부가 3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며 해외 IT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할 때는 그만한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통부가 R&D센터 유치를 위해 서두르는 듯한 태도를 보고 "정통부 정책자금은 거저 먹는 돈이라는 인식이 되살아날까 걱정"이라며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공동 연구개발을 하면 로열티 분배를 명확히 해야 하고,정부 예산이 지원되면 경제적 효과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도 연구원도 없는 R&D센터 발족식에서 제기된 동북아 IT허브론을 접하고선 정통부는 성과보다 말이 지나치게 앞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R&D센터 유치 사업 역시 실익이 없다면 전시행정의 표본을 또 하나 만들 뿐이다. 최명수 산업부 IT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