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 황우석 교수 팀이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황 교수 팀은 국내외 언론과 학회 연구소 대학들로부터 생명공학 발전의 신기원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을 바이오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번 황 교수 팀의 성공사례를 계기로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들이 한국 바이오 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바이오 업체들도 이번 기회를 십분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생명과학 CJ 등 대기업과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제약사, 마크로젠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바이오 벤처들은 사업 전략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부에서는 외국 기업과의 제휴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도 산업 정책의 우선 순위를 바이오 쪽에 두고 오는 2010년까지 G7 수준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 등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는 바이오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다가올 IT와 바이오의 완전한 융합은 두 분야에서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조완규 한국생물산업협회 회장은 "미래 세상은 바이오기술(BT) 혁명이 인간의 삶과 복지 건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바이오 이코노미(Bio-Economy)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이오혁명 시대 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차세대 기술(The next big thing)'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바이오 기술을 유비쿼터스 컴퓨팅, 나노기술, 에너지기술 등과 함께 향후 주목받을 4대 기술로 뽑았다. 21세기는 정보기술 혁명 시대에 이어 바이오혁명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체세포 복제를 통한 동물복제, 유전자 치환 등 바이오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사회적ㆍ산업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바이오 혁명은 바이오 기술의 주요 적용 대상인 보건의료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 인류의 질병 극복에 새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식량, 에너지, 환경 등 인류 난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각 나라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 국내 바이오산업 경쟁력 아직은 부족 =한국은 선진국에 10여년 뒤진 1980년대 초에 바이오산업 연구기반 구축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반적인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발전 여건이 취약하고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 배아줄기세포기술을 비롯 유전자재조합 등 기초 및 발효공정 등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거나 뛰어나지만 전반적인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대비 바이오분야 비중도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95년의 5%, 2002년 8%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총액 규모로는 미국 기업의 1개 수준에도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지난해 바이오분야 정부 투자 규모는 5천3백93억원으로 미국 암젠사의 8억5천만달러(9천7백75억원), 제네텍의 4억9천만달러(5천3백35억원)에도 못미쳤다. ◆ 선진국들 바이오 육성에 온힘 =선진국은 미래 산업기술의 총체적 집합체로서 '바이오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연간 1백억달러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바이오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와 통신기술에서 세계 최고로 꼽혀온 이스라엘도 BT 강국으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대학의 연구기금중 40∼50%를 바이오쪽에 집중 투입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간유전체를 실용화하기 위한 포스트 게놈연구 분야는 미국 등에 뒤지지 않겠다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10년에 25조엔 규모로 시장을 성장시키고 1천여개의 바이오 기업을 창출한다는 프로젝트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10월 연구개발 거점인 '바이오 폴리스'를 설립하고 유전자연구소 등 5개 국립연구기관과 외국기업을 입주시켰다. 말레이시아는 바이오 단지를 착공했으며 10년간 1백5억달러를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바이오산업 특구인 '바이오 아일랜드'를 건설한 계획이다. ◆ 문제점 및 가능성 =국내 바이오산업은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했으나 발전 기반이 취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급두뇌가 많고 창의력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바이오 산업의 깊이와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은 것도 유리한 점이다. '선택과 집중'만 제대로 한다면 한국이 바이오 산업의 리딩 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약 바이오칩 장기(臟器)기술 개발 등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세계적 수준인 IT에 BT가 융합된 바이오칩 소자 기술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의약품 개발 및 승인과정에 필수적인 선진국 수준의 동물대상 안전성(독성) 검사 및 전임상시험 지원 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