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PC는 빗장 풀린 개인정보의 창고.' 인터넷,컴퓨터 등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중고 컴퓨터(PC)가 전 사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담은 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C에 저장돼 금융거래시 이용되는 공인인증서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유출될 경우 금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DB연구실 문송천 교수와 권영철 연구원은 최근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거래되는 중고 PC 41대를 구입해 하드디스크를 복구,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문 교수팀에 따르면 41개의 하드디스크중 30%(12개)에서 총 1천3백49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소속회사 전화번호 e메일주소 보험증번호 등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발견됐으며 심지어 건강검진 내역이나 이력서 등도 삭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디스크에서는 보험회사 직원 2백36명의 인사발령 내역, 일반인 1백79명의 보험료 미납사유, 건설업체의 산업재해 기록, 직원과 협력업체 근로자 4백71명의 신상정보 등 유출시 특정인이나 기업에 해가 되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조사대상 가운데 5%의 하드디스크에서는 어린이 포르노 기록까지 발견됐다. 이와 함께 전체 65%에 달하는 중고 하드디스크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삭제 과정인 '포맷'조차 거치지 않고 중고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었다. 문송천 교수는 "상당수 하드디스크는 기본적인 정보삭제 과정인 포맷조차 거치지 않은 채 유통되고 있다"며 "포맷만으로도 데이터가 완전 삭제되지는 않기 때문에 기밀정보가 담겼을 경우 삭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아예 파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