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자율준수'가 경제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단체,소비자들의 공정거래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업계 스스로 공정거래법을 준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Compliance Program)의 도입·운용이 추세화하고 있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란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기업이 스스로 준수하기 위해 운영하는 준법 시스템이다. 한국공정거래협회(회장 김용·www.kfta.org)는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상식을 가졌다. '제2회 공정거래 자율준수 포상 및 사례발표대회'를 겸한 이 행사에는 1백여명의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상식에서는 자율준수 최우수상에 △유통부문 신세계백화점 △제조·건설부문 신세계건설 △금융·보험부문에서는 삼성카드가 선정됐다. 우수상은 현대해상,CJ홈쇼핑,대우종합기계 등 7개사에 돌아갔다. 협회는 지난 3년간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고 있는 1백2개 기업을 대상으로 13개 기업으로부터 평가신청을 받아 공정위,법조계,재계 등 5명의 평가위원들의 서면 평가와 프로그램 설명 및 프리젠테이션 심사 등을 거쳐 부문별 공정거래 자율준수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 후 삼성카드와 신세계건설이 자율준수 현황에 대해 사례발표를 했다. 김은미 삼성카드 상무는 사내에 '쥬리스-인트라넷' 사이트를 구축,준법감시 준법신문고 법무도움방 법령자료실 등을 통해 사내 임직원이 법 위반 행위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또 외부 전문가 교육도 실시해 임직원들의 자율준수 의식을 높였다고 덧붙였다. 최용진 신세계건설 상무는 공정거래법 위반시 위법행위 부서(현장 포함)의 성과급을 감액하고,자사 홈페이지에 불공정 행위 사례를 공지함으로써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최 상무는 또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홈페이지 조회 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6백5건에서 하반기 4천1백여건으로 급증했으며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이후 법 위반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협회측은 국내 기업들의 CP 도입은 무엇보다도 시장질서 확립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CP 도입 전만 해도 정부는 강제적인 법 집행의 주체이자 단속 주체로,기업은 피동적인 법 순응 주체이자 단속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이런 도식이 사라지게 됐다는 것. 국내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성과도 괄목할 만하다는 게 협회측의 평가다. 최근에는 자동차제조,유통,금융·보험,정보통신,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CP 도입 기업이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에서도 독점 규제가 점차 강화되고,카르텔 등 독점금지법 위반 행위가 범죄로 취급됨에 따라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빠르게 CP를 도입하고 있다. 여기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인 GE,GM,IBM,듀폰,화이자 등이 포함돼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당국의 독점금지법 집행 강화에 대응해 기업들이 법 위반 예방을 위한 CP를 제정·운영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