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나라 혜왕에게 방총이 "지금 어떤 사람이 달려와 시장 바닥에서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고 있다고 하면 믿겠느냐"고 물었다. 혜왕의 대답은 "노(No)"였다. 잠시 후 또 한사람이 와서 같은 말을 한다면? 혜왕은 "그래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사람이 와서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혜왕은 "믿게 되지"라고 답했다. 중국 고전 "전국책 위책"에 나오는 이야기로 여기서 나온 말이 "삼인시호(三人市虎)"이다. 사람 셋이 시장에 호랑이를 만든다는 말로 유언비어를 퍼뜨려 무고한 사람을 중상모략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처럼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새겨둘만한 고사성어다. 이런 고사성서 1천5백여 개를 담은 "고사성어 대사전"(임종욱 지음,시대의창,5만8천원)이 출간됐다. 동국대 교수인 저자가 10년 이상을 공을 들인 결과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고사성어는 물론 깊이있는 독서와 공부를 위한 성어까지 망라해 글자풀이,뜻풀이,배경이 된 고사와 출전,용례 등을 상세하게 싣고 있다. "사인선사마(射人先射馬)"는 사람을 쏘기 위해서는 말을 먼저 쏘라는 말.상대방을 제압하려면 그가 의지하고 있는 것부터 제거하라는 뜻이다.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것을 경계한 "추녀실처(追女失妻)"의 고사도 재미있다. 아내와 함께 길을 가던 사내가 뽕잎을 따던 미모의 아낙네에게 반해 쫓아갔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아내는 자기를 버린 남편에게 화가 나 딴 남자한테 가버렸고 졸지에 홀아비가 됐다는 얘기다. 부록으로 실린 "우리 속담 한자어로 보기"와 중국 역대 왕조별 왕위 계승표,중국 연호표,동양사 연표,중국 역대 왕조별 형세도 등도 유용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