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낙하산 인사' 시비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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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관료사회에 뿌리깊은 '아마쿠다리(낙하산 인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적지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가 많았고,그에 따른 폐해 또한 적지않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까닭이다.
관료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산하단체나 관련 기업의 장(長)으로 나가는 낙하산 인사는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없어져야 한다.
비전문가나 정치인들이 경영을 맡을 경우 해당 기관이나 기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러나 누가 봐도 가장 '적임자'라면 그 사람이 관료출신이냐 민간인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결국 '적임자'를 찾는게 가장 중요하고,그에 앞서 그런 사람을 최고경영자(CEO)로 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게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클린턴 행정부의 10년 경제호황을 이끌었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공직을 마치자마자 세계 최대 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의 이사회 의장으로 갈 때 아무런 논란이 없었다는 점도 귀기울여 볼만한 사례이다.이헌재 부총리가 "인사추천위원회가 CEO를 '서칭(searching)'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주어진 후보군에서 단순하게 '셀렉팅(selecting)'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이해하고 싶다.
물론 이같은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인사관행의 커다란 진전이자 개선임에는 틀림없다. 정부소유인 우리금융의 회장에 민간부문에서만 일을 했던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이 선임된 것도 과거의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게 사실이다.
정부가 '낙하산'이란 오해없이 가장 적임자를 CEO로 뽑으려면 먼저 해당기업의 인사추천위원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부에서 추천위원들에게 직간접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새로운 관치의 포장일 뿐이다.기업들이 스스로의 가치판단으로 CEO를 뽑는 것이 자율경영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