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는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 포럼에서 타이거펀드와 소버린자산운용을 비교하면서 "외국놈이니 나쁘다는 태도는 곤란하다"며 언론의 접근 자세를 질책했다. 그러나 장 교수가 언급한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주장이 옳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장 교수는 "타이거펀드는 보유 중이던 SK텔레콤 지분 10% 가운데 7%만 팔기를 원했지만 최태원 회장측에서 10%를 다 팔지 않으면 안 사겠다고 해서 다 팔게 됐다"고 말했다.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주식을 SK측에 떠넘기려 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시장에 내다팔 경우 주가가 떨어질 게 뻔하자 '차떼기'로 SK측에 팔아치운 것이다. 알려진 대로 타이거펀드는 99년 당시 SK텔레콤 지분 15%를 확보한 뒤 철저한 '경영감시 역할'을 했다. IMT-2000 등 신규 투자를 위해 회사가 유상증자를 결의하자 주식가치 하락을 이유로 손길승 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소송까지 불사했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타이거펀드는 11.5%의 SK텔레콤 주식을 SK그룹 계열사들에 되팔아 1조원대(환차익 포함)의 시세차익을 거둔 뒤 입을 굳게 닫았다. '지배구조 개선의 전도사'임을 자처하던 타이거펀드는 한동안 3%대 지분을 남겨뒀지만 더 이상 회사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다. '지배구조 개선'은 결국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한 허울이었을 뿐이다. 소버린은 SK㈜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면서 사전신고 규정을 위반했다. SK㈜ 지분을 정확히 14.99%까지만 확보할 정도로 국내 법에 정통한 소버린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몰랐다면 과연 누가 믿어줄까. 주식 매집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가 올라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고의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까. 소버린은 이사회 장악 후 SK㈜로 하여금 SK텔레콤을 팔고 자신들의 보유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토록 하려 한다는 그린메일 의혹에 대해 "보유 지분을 SK㈜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미 여러 사안을 놓고 수없이 말을 바꾼 소버린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싶다. 정태웅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