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결단'은 어떤 것일까. 노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상응하는 정치적 결단"이라고만 언급한 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결단의 내용과 절차는 너무 중대한 문제여서 제가 입당을 한다든지,입당을 안 한다든지 그런 계기에 소상히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여기까지는 미리 준비해온 모두 발언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날 던진 가장 주요한 메시지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결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거론했다. 그는 "재신임 등 '진퇴'가 걸린 문제는 (총선 결과로) 그렇게 해소하고 갔으면 좋겠다"고 부연해 설명하면서 "진퇴까지를 포함하는 결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제시할 일정 기준 이하로 총선 결과가 나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탄핵과 별개로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같은 구도 설정에 야권은 또 한번 반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 진퇴를 처음 언급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측근 비리가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노 대통령은 재신임 카드를 빼들었고 이때 진퇴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당시의 논리는 "설사 대통령직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퇴진한다 해도 이로 인해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만 된다면 퇴진도 나름대로 정치적인 의미는 있다"는 것이었다. "불법 자금이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발언도 '결단' 발언과 맥락이 닿는 발언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발언에 대해 "며칠을 고심하다가,마음 먹고 한 얘기"라고 이날 털어놨다. 결단의 내용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용을 애매하게 해놓고 국민을 헷갈리게 한다거나 협박한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겠다"며 "명확하게 조건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고 혼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측근들은 4월 총선에서 확보할 목표 득표율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열린우리당의 개헌 지지선(재적의석의 3분의 1인 1백명) 확보 여부 등을 근거로 제시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입당과 동시에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