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어디로] 野 "표결로 심판"‥ 與 "본회의장 원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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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11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처리를 둘러싸고 극한 대치상태를 보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를 시도했고,열린우리당은 물리적 저지에 나서는 등 양측은 밤늦게까지 팽팽한 기세싸움을 벌였다.
특히 이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결과적으로 야당의 표결집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본회의=이날 오후 2시로 개회가 예정됐던 본회의는 열린우리당의 봉쇄작전으로 파행을 거듭했다.
본회의 직전 오경훈 이승철 박창달 윤경식 서병수 김성조 의원 등 한나라당 부총무단이 국회의장실로 몰려왔으나 박관용 의장은 외출 중이었다.
이들은 의장 부속실에 모여 박 의장을 기다렸으나,오후 2시께 김부겸 이우재 장영달 김희선 이부영 신기남 김덕규 이창복 홍재형 의원 등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뒤따라 도착하면서 의장실은 일순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돌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비어있는 의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접견테이블에 앉아 농성에 돌입하면서 양측 간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또 20여명의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끝났다는 소식에 본회의장 의장석 계단을 점거하는 등 '육탄저지'의사를 분명히 했다.
박 의장은 이날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남덕우 강영훈 박태준 이홍구 전 총리와 오찬을 함께 한후 오후 4시23분께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저지로 의장석에 앉지 못했다.
◆여야 반대파 입장 선회=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결의를 다졌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용퇴하겠다고 한 의원들 모두 하나가 됐고,이제 우리가 할 일은 투표함에 표를 집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한 후 "박관용 국회의장이 우리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에 대해 "경찰이라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총무는 "10일 밤 8시 기준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가결 정족수(1백81명)를 넘어서,사실상 노 대통령은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탄핵안 표결 처리에 대비,소속 의원들에게 의사당을 떠나지 말 것을 지시했다.
탄핵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과 민주당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뒤 속속 찬성쪽으로 돌아섰다.
한나라당 원희룡 정병국 남경필 의원 등은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는데,오히려 '친노-반노'편가르기를 시작하는 등 총선을 향한 진군 나팔을 불었다"며 "이제 입장을 바꿔 찬성당론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하는 상황에서는 내 입장을 바꿀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심재권 의원도 "노 대통령이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은 만큼 찬성표를 던지겠다"며 반대 입장을 바꿨다.
홍영식·박해영·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