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를 거치지 않은 9급 공무원시험 출신의 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심의관(57)이 신임 세제실장(1급)으로 내정돼 화제다. 세제실장은 엘리트 경제부처인 재경부 안에서도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지금까지 비(非)행시 출신이 세제실장이 된 전례가 없을뿐더러 세제실 심의관(국장급)이 국세심판원장(1급)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세제실장으로 승진한 사례도 없었다. 이 심의관은 충남 홍성고를 졸업한 직후인 지난 66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 인천세무서를 시작으로 재경부 세제실과 국세청 등 세무분야에서만 38년간 일한 세무통이다. 지난 76년 건국대 경제학과(야간)를 뒤늦게 졸업한 그는 85년 '법인세법 해설'을 펴내는 등 세제 이론에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 책은 지난해까지 매년 증보판을 낼 정도로 고시 준비생 등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그를 세제실장으로 발탁한 이유로 "유능한 게 첫째 이유지만 비고시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직을 역동성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고시 출신에 대해서는 민간 부문과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 자리를 만들도록 해 조직의 역동성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