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2일 본회의가 개의된 지 34분 만에 '전광석화'처럼 통과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겐 3시간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탄핵안 표결 시한인 이날 국회는 새벽부터 여야 의원들이 충돌하며 본회의 시작까지 팽팽히 대치했다. 예정된 본회의 개의 시간을 1시간 넘긴 오전 11시 정각,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면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4분쯤 지나자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잡았고 11시7분 박관용 의장이 한나라당 의원들과 국회 경위들의 호위를 받으며 본회의장 정문을 통해 입장했다. 동시에 60여명의 경위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의장석 계단을 향해 재빨리 움직였다. 의장석 앞에 앉아있던 신기남 의원 등은 즉시 일어나 박 의장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나 인원 수에 밀려 후퇴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확보하고 있던 왼쪽 계단을 통해 박 의장은 1분 만에 의장석 바로 뒤까지 접근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임종석 송영길 의원 등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새끼들" "이렇게는 안돼"라고 고함치며 극렬하게 저항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육탄으로 막았으나 전날과 달리 대규모로 투입된 경위들의 완력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의장석 오른쪽 계단을 지키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해찬 의원을 시작으로 김덕배 홍재형 임채정 천정배 이부영 김태홍 이종걸 유시민 정동채 최용규 신기남 이호웅 의원 등이 경위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본회의장 밖으로 줄줄이 끌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임채정 의원과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 사이에 주먹다짐이 오갔고 송 의원은 주먹으로 임 의원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이 사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거세게 저항했다. 의장석을 차지하고 있던 장영달 의원은 의사봉을 의석을 향해 던지며 의장석을 잡고 늘어졌다. 힘겹게 버티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러나 결국 오전 11시21분 박 의장에게 자리를 내주고말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경위들이 의장석 주변에 남아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사이 야당 의원들은 의장석을 반원으로 둘러싸고 신속하게 표결 준비에 들어갔다. 11시22분 박 의장은 개의를 선언했고 곧 이어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박 의장은 감표위원을 호명한 후 11시24분 투표 개시를 선언했다. 이어 의사국장이 무기명 비밀투표 방식을 설명한 후 투표가 시작됐다. 회의장 밖으로 끌려나갔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다시 회의장에 들어왔으나 의장석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의석 위에 올라서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김근태 원내대표의 선창으로 "3·12 쿠데타 중단하라" "의회 쿠데타세력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임종석 의원은 회의장 복도에 드러누워 통곡했고,안영근 이호웅 의원 등은 넥타이가 풀어지고 윗옷이 벗겨진 채 탈진해 의석에 주저앉았다. 11시50분 박 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고 개표가 시작되자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김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11시54분 "의원 명패와 투표자 수가 1백95로 동일하다"는 박 의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드디어 11시55분 박 의장은 찬성 1백93표,반대 2표로 탄핵안 가결을 선언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