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4·15총선도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장 노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지난 11월 창당 이후 여당을 자임해 온 열린우리당은 사실상 여당으로서의 정치적 지위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맞게 됐다. 기대했던 노 대통령의 직·간접 지원도 불가능해져 새로운 환경에서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지난 2002년 대선에 이어 또한번 '제2의 대선'을 치러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구도는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로 양분되는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안을 놓고 여론은 물론 시민단체도 양쪽으로 첨예하게 갈려왔기 때문이다. 애당초 노 대통령이 선거관련 발언을 한 것 자체가 친노 세력의 결집을 유도한 측면이 있고,이에 맞서 야당이 탄핵을 강행한 것도 반노 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었다는 분석이다. 자연 선거전 자체가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당위성 여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주장해 왔듯이 탄핵의 부당성 지적과 함께 야당의 정권찬탈 음모라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노사모 등 친노 시민단체의 결집도 유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당은 노 대통령 탄핵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면서 고건 총리 대행체제의 안정성을 적극 홍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 야당은 노 대통령 임기 1년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도 적극 부각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점에서 선거성패의 관건인 탄핵 이후 유권자의 표심이 어느 쪽을 손들어 줄지는 예단키 어렵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많았고,다수의 시민단체가 야권을 비난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에 그리 유리한 국면만은 아니다. 탄핵에 따른 정국혼란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심리가 커질 경우 야당에 결정적 타격을 안겨줄 수도 있다. 역풍이 불 개연성이 없지않다는 얘기다. 반대 논리도 가능하다. 그동안 열린우리당이 누려온 여권 프리미엄이 없어질 뿐더러 노 대통령의 직·간접 지원도 어려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이 유리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노 대통령의 탄핵으로 사실상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흔들리고 있던 호남표심이 민주당쪽으로 돌아설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이에따라 대통령이 사실상 궐위된 상황에서 선거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노 대통령 탄핵후 여론의 향배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