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등록기업들 사이에 헤르메스펀드 주의보가 내려졌다.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가 삼성물산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증권업계 일각에선 헤르메스가 '제2의 소버린'이 아니냐는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헤르메스 펀드는 삼성물산 외에 현대산업개발 LG산전 현대해상 새롬기술 등에 5% 이상 지분을 확보,경영권 간섭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헤르메스는 유럽계 자금을 대표하는 펀드로 지배구조 개선활동에 적극적이라는 점 때문에 최근 국내에서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 요구도 소버린의 행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소버린이 SK텔레콤 보유 지분을 노리고 SK 경영권 간섭에 나선 것처럼 헤르메스도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물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헤르메스는 5% 지분으로 삼성물산의 단일 최대주주로 부상했기 때문에 43%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들과 연대해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집요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삼성물산의 대주주인 삼성측(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14.9%)과 지분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헤르메스는 또 오는 19일 현대산업개발 정기 주총에서도 이사선임 등 안건에 대해 입장을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헤르메스는 지배구조 부실로 인해 저평가된 종목을 국제적으로 선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대표적인 펀드"라며 "국내 다른 기업들의 경영권 간섭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8백12억달러 가운데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해외주식에 2백31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유럽의 대표적인 펀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