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증거는 없지만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바이러스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가 개최한 백신학 교육과정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한국에 온 호주 멜버른대학의 이안 거스트 교수는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등 각종 메커니즘을 통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러스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국제백신연구소의 이사이기도 한 거스트 교수는 "세계적으로 신종 질병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이를 막기 위한 백신 생산설비는 매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의 독감백신 생산 능력은 연간 5억5천만개를 넘지 못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독감을 비롯한 감염성 질환의 전파를 막기에는 백신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 콜레라 장티푸스 폐렴 등으로 인해 후진국에서는 연간 수백만명이 죽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질병을 치료하는 백신 개발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거스트 교수는 "질병의 원인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백신 개발이 감염성 질환을 이겨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이런 점에서 국제백신 연구의 중심지인 IVI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전염병과의 전쟁이 인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경우도 효과적인 공중보건 정책 수립과 백신 등 대응 연구를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