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권한과 직무는 앞으로 헌법재판소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전면 중단된다. 그러나 헌재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대통령 신분은 유지된다. 대통령으로서의 활동과 업무를 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청와대 안에 머물며 '대기 발령'을 받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결국 헌법에 보장된 국가원수로서의 지위,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지위 등 대통령 권한은 모두 상실한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지위,국가와 헌법의 수호자,국정의 통할·조정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 행정부에 대해서는 최고지휘권자,최고책임자,각급 기관 조직권자,국무회의 의장의 지위가 있다. 이 같은 대통령 직무는 고건 총리가 대행한다. 고 총리는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 지위를 겸한다. 국군통수권,계엄선포권,조약체결비준권,외교사절 접수 및 파견권이 고 총리에게로 넘어간다. 그러나 선례가 없고 명문화된 실무 규정집도 없다.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실은 최규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 탄핵이 '궐위상태'에 준하는 것인지,'단순 권한정지' 혹은 '대기 발령'에 가까운지 명확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운영에 적지 않은 혼란도 예상된다. 예컨대 노 대통령은 부처님 오신 날(5월26일)에 대북송금 관련자들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를 예고했었지만 사실상 권한이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권한대행인 고 총리가 일상적인 행정업무가 아닌 사면권까지 행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노 대통령은 다시 '정상 상태'로 복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대통령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당장 청와대를 떠날 필요도 없고,관저생활도 계속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본관 집무실도 사용하고,월급도 지급받으며,경호와 의전도 이전만큼 대우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사적인 활동도 가능하다. 관건은 대통령 비서실 기능이다. 대통령 권한정지와 함께 비서실 기능도 자동 정지되고 총리 비서실이 기능을 대신해야 한다는 견해와 청와대 비서실이 활동하면서 총리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청와대측과 헌법학자들의 판단은 대체로 후자쪽이다. 때문에 한때 청와대 비서진의 전원사퇴설이 있었으나 실제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 비서실은 앞으로 고 총리에게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호실 기능은 당분간 노 대통령과 고 총리에게 분산돼 고 총리에 대한 경호가 훨씬 강화된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비서실 입장과 관련,"헌법과 법적 절차에 따라 맡은 바 직분을 다할 것"이라며 "국정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헌재 결정이 조속히 내려지길 바란다"고 발표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