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탄핵가결] 국가신용도 급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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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대통령 탄핵안이 전격 가결되면서 국가 신용위험(country risk)이 급상승할 위기에 처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북핵 사태를 능가하는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다시 추락하나
스탠더드&푸어스(S&P)와 무디스,피치 등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이 당장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하지만 정국 혼란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빠른 시일 안에 제거되지 않으면 국제신용평가 회사들이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등급 전망'부터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제2차관보)은 12일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들은 탄핵안 가결이 기업들의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피치사는 이날 "탄핵안 가결이 한국의 국가신용에 명백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무디스의 토머스 번 한국신용평가 책임자도 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 세미나에서 "탄핵안 통과 후 혼란이 초래되면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가와 다카히라 S&P 아시아·태평양 정부신용평가팀장은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했다.
◆해외 자금조달 차질 우려
대통령 탄핵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채권 가격이 급락하고 신규 조달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홍콩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평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12일 낮부터 치솟아 10년물의 경우 미국 국채 금리보다 70bp(베이시스포인트·0.01%포인트) 높게 거래되고 있다.
전날 65bp보다 5bp 뛰어올랐다.
5년물 외평채도 전날보다 5bp가량 뛰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최근까지 50∼55bp 정도인 만기 5년짜리 외평채(2008년 만기)의 가산금리가 지난해 초의 북핵 위기 때 수준(1백10∼1백20bp)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홍콩 노무라증권 관계자는 이날 "한국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한국 금융회사들이 저금리로 단기자금을 많이 끌어다 썼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환·채권시장은 어떻게 되나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장중 한때 전날보다 12원 이상 오른 1천1백81원50전까지 치솟았다.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서겠다는 외환 당국의 발언으로 상승폭이 조금 줄어들기는 했지만 한 번 터진 달러 매수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이 같은 환율 급등세가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주호 HSBC 이사는 "환율이 전날에 비해 11원가량 올랐기 때문에 탄핵안 가결로 인한 시장의 불안심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며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를 통과하려면 수 개월이 걸리므로 그때까지는 역외세력도 판단을 유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채권금리는 국내 증시 폭락의 여파로 급락,국고채 3년물이 전날에 비해 0.03%포인트 떨어졌고 회사채도 장중 내내 내림세를 보였다.
국내 은행 채권딜러는 "탄핵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흔들릴 경우 채권가격도 주가와 함께 동반 급락(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수언·안재석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