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권력통제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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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나 로마시대에도 탄핵이 있었다고 한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비행이 있을 때 그리스의 민회나 로마의 원로원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처벌했는데 이를 탄핵제도라 불렀다고 한다.
당시는 주로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핵이 악용되곤 했다.
오늘날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탄핵소추를 하는 것과는 물론 거리가 멀다.
근대적 의미의 탄핵심판제도는 의회제도를 처음으로 정착시킨 영국에서 시작됐다는 게 통설이다.
14세기 왕위에 올랐던 에드워드 3세와 리처드 2세 시절,고위 공직자들의 수많은 부정비리 사건이 터지면서 탄핵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한다.
1399년 즉위한 헨리 4세는 마침내 "탄핵은 의회만이 다룰 수 있으며 하원이 소추하고 상원이 심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헨리 4세법'을 만들었다.
"국왕은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인식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정작 탄핵제도의 원조국 영국에서는 내각책임제가 확립되면서 탄핵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영국에서 발전한 탄핵심판제도는 미국으로 건너가 1787년에 제정된 미국연방헌법에 최초로 성문화됐고 그 후 이 제도는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 뿌리를 내렸다.
프랑스와 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는데도 국정 최고책임자를 심판한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진국일 수록 탄핵에는 소극적이 아닌가 싶다.
우리 조선시대에도 대론(臺論)이라 해서 탄핵 비슷한 제도가 있었다.
공직기강을 문란케 하거나 부정을 저지른 관원들을 적발해 죄를 묻고 관직을 박탈했다.
뚜렷한 확인절차나 근거없이 소문에 의존하는 '풍문탄핵'도 빈번해 많은 폐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온 나라가 혼란에 휩싸여 있다.
대통령의 지위가 막강한 만큼 그 파장 또한 엄청나 탄핵의 위력이 실감날 지경이다.
그래서 권력통제수단으로 활용되는 탄핵에 각국은 신중한 것 같다.
법적책임을 물어야 할 탄핵이 총선을 앞두고 자칫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될까봐 걱정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