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여성의 섬세함이나 감수성이 고객을 만족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요.앞으로 더 많은 상사 우먼이 해외로 나갔으면 좋겠어요."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판매센터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삼성물산 윤현숙 대리(31)는 "내 사업을 하듯 맘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게 상사 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입사 후 6년간 유럽지역을 오가며 쌓은 경험을 살려 현지 유통망 확대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리는 세계 46개국 76개 도시에 1백48명을 파견한 삼성물산에서 최초의 여성 주재원이 됐다. 해외 주재원 가운데 최연소로도 기록된 그는 '상사의 꽃'으로 불리는 해외영업 분야에서 전문가임을 확실히 인정받게 된 셈이다. "접대할 땐 자정을 넘어 퇴근한 적도 많아요.술 마시고 다음날 출장길에 오르면 몸도 아프고 피부도 엉망이 되지요.하지만 거래선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구쳐요." 윤 대리의 첫 해외 여성 주재원 발령은 '여성에 대한 배려' 차원은 결코 아니란 게 사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그동안 대만 그리스 등에서 생산한 CD-R DVD 등 저장용 광미디어 제품을 삼성 브랜드로 판매하는 브랜드제품사업부에 근무하며 유럽시장 개척에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2002년 유럽에 파견됐을 때는 삼성물산 해외 지점에서 거래선 목록을 받아 업체를 하나씩 찾아다녔다. 윤 대리의 노력에 거래선들이 마음을 열면서 11개에 불과하던 유럽지역 거래선은 불과 1년사이 두 배인 22개,지금은 34개로 불어났다. 2001년 6백만달러에 불과하던 로테르담 판매센터 매출은 올해 2천4백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유학 목적으로 함께 떠나는 남편과 떨어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기쁘다는 윤 대리. "단신으로 유럽시장을 개척해 판매센터를 설립할 정도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삼성물산 인사팀)는 그가 여성을 좀처럼 해외 주재원으로 내보내지 않는 국내 종합상사 관행 속에서 어떤 모범을 만들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