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계기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민ㆍ유학 박람회에는 평상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탄핵 정국의 영향으로 술 소비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난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 이민ㆍ유학 박람회(한국전람)는 이민이나 유학상담을 하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행사 시작 전부터 10m이상 줄이 늘어섰고 오후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상담자들은 대통령 탄핵사태이후의 혼란상을 우려하며 '이 땅을 한시라도 빨리 떠나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S이민 상담업체측은 "7∼8월께 이민을 가려던 고객이 탄핵가결 후 정치에 신물이 나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며 일정을 앞당겨 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캐나다 이민을 간다는 한 부부는 "탄핵 가결후 사회혼란상을 보니 이민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중ㆍ고교생 대상 미국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주선하는 A사측은 "탄핵사태로 학부모들이 유학을 보내는데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면서 "교환학생 수가 작년보다 두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술 권하는 정치 =탄핵사태는 유통업계에 때아닌 '술특수'를 가져왔다. 정치권을 향한 울분을 술로 풀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롯데마트에서는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된 12일 팔린 술이 한주 전(5일)보다 28.9% 늘었다. 대형 슈퍼마켓인 LG마트에서도 이날 캔맥주 판매량이 전날보다 51.7%, 한주 전보다 24.6% 늘어났다. 소주도 1주일 전에 비해 12.3% 많이 팔렸다. 편의점 LG25에서도 수도권 6백80개 점포의 맥주와 소주 판매량이 한주 전보다 각각 14%, 17% 증가했다. 이마트 가양점의 경우 탄핵 당일 술 매출액이 1천2백50만원으로 한주 전에 비해 10% 늘어났다. 롯데마트 홍용기 계장은 "대통령 탄핵과 술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탄핵안 가결 직후 술 판매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라며 "비분강개주 혹은 축하주를 걸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백광엽ㆍ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