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제언) '온건한 진보ㆍ개혁적 보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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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 사태가 특히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탄핵소추 사태까지 겹쳐 경영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이를 극복할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선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자기 감정에 맞지 않는다고 거칠게 의견을 표시하거나 집회 시위를 벌이는 것은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나라를 더 어렵게 만든다며 이런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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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이혁 학술원 회원 =우선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선 안되지만 지금 현실이 됐다.
일반 국민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찾아서 모든 것을 사려깊게 판단해야 한다.
사회적 혼란 같은 것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평상시에 하던 일을,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것이 선진국민의 자세이며 도리다.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한다니까 판가름날 때까지 이성적으로 지켜보자.
재판의 결과가 나온다면 또 거기에 승복하고 잘 따라야 한다.
우선은 시민으로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 도리다.
이번 사태로 나라가 흔들려선 안된다.
이번 일은 우리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특히 경제문제가 가장 걱정이다.
몇년간의 불황이 이어지다가 최근 회복되는 추세인데 그런 추세에 나쁜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모두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국민 각자가 선진시민의식을 가진다면 극복되지 않겠는가.
지금 불행한 사태를 맞고 있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우리 국민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
모두가 자기 맡은 바를 열심히 한다면 어려울 것이 없다.
◆ 김진현 前 과기부장관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이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다.
모두가 법을 준수하고 질서를 지키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는 형식논리에 불과하다.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과 거기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이념적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념적 차이는 기본적으로 보수세력과 진보세력 모두의 책임이다.
둘 다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는 것이다.
보수세력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진보세력은 '민주화를 우리 손으로 이뤘다'는 걸 자랑하고 있다.
이같은 생각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만 문제는 둘 다 상대방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건설'과 '민주화'는 모두 한국사회의 중요한 가치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을 방치해둬서는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음 두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대통령과 여야, 그리고 종교계 교육계 등 사회 각계 지도자들은 대대적인 반성과 참회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인정하되 잘못한 것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래서 이같은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과감하게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번 선거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음으로 진보와 보수 모두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별도의 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온건한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만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이 위원회에서 남북관계 소득분배 금융개혁 등 모든 문제들이 폭넓게 얘기될 수 있을 것이다.
◆ 임종철 서울대 명예교수 =이번 탄핵정국을 계기로 보수와 혁신계층 간 대립각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그러나 긴 역사의 안목으로 본다면 갈등이 깊어질 이유가 없다.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역사의 큰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보지 않고 자기 주장을 펴고 있고, 보수층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생각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먼 장래를 본다면 보수와 혁신이 원하는 공통의 답이나 타협의 여지는 크다.
최근 어느 법조인이 "악법은 법이 아니다"며 거부하자는 말을 했다.
아직 민주주의도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중우주의(다수가 찬성하면 그른 것도 옳다고 생각하는 성향)로 치달을까 염려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민주주의보다는 법치주의가 훨씬 아름답다"고 말했다.
지금은 민주주의보다 한차원 높은 이념인 법치주의에 투철해야 한다.
이번 탄핵도 위법성 여부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강한게 사실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법치주의적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헌정 중단 사태를 맞은 것도 아니다.
국민들도 동요하지 말고 항상심으로 제 할 일을 해 나간다면 정치와 경제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을 것이다.
◆ 박용성 대한상의회장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들이 상품 구입처를 다른 나라로 바꿀 수 있다.
수출로 어렵게 버텨온 우리 경제가 우려된다.
참여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방안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일관성 있게 실천해 외국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정부가 무슨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큰 일 난 것처럼 국민들에게 불안심리를 일으키는데 그런 일은 차라리 안해줬으면 좋겠다.
정부는 기존 정책을 추진하고 기업들은 나름대로 본연의 경영활동에 충실하면 된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외환위기에 비하면 위기도 아니다.
나라가 보수와 개혁의 양자대결 구도로 나가지 말아야 한다.
진보세력이 빠른 속도로 부상하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것이다.
또 젊은 네티즌 세대는 물론 50·60대도 상대방의 말이 '틀리다'고 지적하지 말고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균형있게 듣고 판단하면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95년 이후 국민소득 1만달러 함정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8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침체에 처했다.
시장경제에 충실한 결과 80년대 불황에서 살아난 미국경제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
◆ 김영수 前 기협회장 =중소기업들은 인력난 원자재난 자금난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몇달째 지속되고 있는 원자재 파동으로 조업을 중단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가동률은 1년 넘게 60%대에 머물고 있으며 설비투자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소기업인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정국혼란으로 자칫 중소기업 경영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다행히 새 경제팀이 중심을 잡고 주도면밀하게 경제를 챙기고 있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튼 지금 한국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경기활성화다.
그런 만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재의 혼란한 정치상황을 조속히 매듭짓고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나서야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 살리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한마음이 돼 나서야 한다.
◆ 복거일 소설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아주 갑작스러웠으므로,일반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인들도 심리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채 탄핵소추를 맞았다.
당연히 시민들은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고 상황 판단에서 혼란을 겪는다.
이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잇따라 나와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우리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나라 살림의 중심인 대통령은 전혀 일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은 아예 대통령이 없는 상황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하다.
따라서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어려운 문제들에 대한 합리적 대책들을 효율적으로 찾아내려 애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시민들이 감정과 의견을 거칠게 드러내는 일을 자제해서 나라 살림을 맡은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감정이야 선뜻 이해할 수 있지만, 조직적 집회와 시위를 통해서 극단적 감정과 의견을 거칠게 드러내는 일은 얘기가 다르다.
탄핵은 권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고위 공무원들에 대한 견제 장치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헌정 중단'이라 부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리고 이번 탄핵소추는 선거법 위반을 다루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근거를 두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었다.
따라서 시민들이 이번 탄핵소추를 거칠게 비난할 근거는 없다.
시민들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외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되도록 자유로운 상태에서 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 대한 어떤 주문도,선거 전에 판결을 내려 달라는 주문까지도, 억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