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간 광화문과 과천 정부종합청사 공무원들은 대부분 일요일인 14일에도 출근, 각종 현안들을 챙겼다. 그러나 정부는 비상근무체제가 너무 오래가면 국민들이 오히려 불안해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시장상황이 정상화되는 대로 비상근무체체를 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4일 당초 잡혀있던 골프 약속을 취소하고 오전 10시께 출근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대책 △한투ㆍ대투증권 구조조정 일정 등을 체크했다. 점심 직전엔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선거철 선심정책 시비에 구애받지 않고 서민지원대책 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부총리는 전날 저녁엔 서울 중구 황학동 중앙시장을 한 시간 정도 둘러보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부총리는 "상인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 정치적 사건에 무감각한 것 같았다"며 "어떻게 (생계문제를 해결) 해줘야 할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이희범 장관이 이날 오전 11시께 유럽출장 중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 오후에 전 간부들이 참석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현안을 챙겼다. 건설교통부도 강동석 장관 등 주요 간부들이 모두 출근한 가운데 탄핵 정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국가 기간통신망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간 정보통신부도 직원들이 출근, 네트워크 운영상태를 점검했으며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은 통신망을 열어놓은 채 비상대기 했다. 관계자는 "토·일요일 일부 정당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폭주한 접속으로 인해 접속불능 사태가 생기기도 했지만 통신망 전체 흐름에선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도 오전 9시까지 과장급 이상 전 간부들이 출근, 비상근무태세를 유지했다. 예산처는 이같은 비상근무 체제를 최소한 이달 말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토요일엔 정상 근무했으나 일요일엔 대부분 집에서 쉬면서 비상 연락망을 열어놓고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총리는 "(비상시국엔) 초기 대응을 잘하면 그 다음부터는 나름대로 (상황을) 읽을 수 있으므로 여유를 갖고 볼 수 있다"며 "내일(15일) 정도까지만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비상근무체제를 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