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이후 초래될 수 있는 경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선심정책을 쓴다는 비난으로 빨리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들의 행보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한 것은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정책추진의 가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한달 남겨 놓은데다 탄핵정국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득실이 판이하게 엇갈려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총선용 선심정책 논란을 제공할 수 있는 정책을 성급히 추진할 경우 또다른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 "총선 의식하지 않겠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 국무총리는 정치적으로 무색(無色)한 분"이라며 "경제부처로서도 그 면에서 자유스러워졌기 때문에 추진하려던 정책들을 속도감있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구체적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를 은행 창구에서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일, 신용회복지원위원회의 지방분소를 늘려 업무처리량을 늘리는 일 등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방향까지 제시했다. 정부는 또 기업은행을 통해 영세 상공인들에게 특별여신을 지원하는 계획을 수립, 총선전에라도 지원키로 하는 등 서민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들도 내놓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들도 예정대로 시행하고 신용보증기금의 자금지원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정책집행은 "경제 안정에 협조하겠다"고 합의한 야3당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졸속 시행될 가능성도 있어 또다른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금융시장 안정 '자신' 이 부총리는 "대선자금 수사가 일단락됨으로써 먹구름 하나가 걷혔고, 탄핵정국은 나라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라며 "뉴욕의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은 오히려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주식 매매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것이고 외국의 대규모 펀드가 한국에 대한 투자한도를 늘린다는 정보도 입수됐다"며 "기업 투자에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앞으로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 철근 등 원자재 수급대책과 해외기업 연구개발센터 유치 등 투자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과학기술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충과 이공계 인력양성 등 기존 정책들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해 수립한 노사ㆍ시장개혁 등 각종 로드맵이 이해집단의 반발로 흔들리지 않도록 각 부처별로 실행 대책을 점검하기로 했다. ◆ 심리불안 확산 차단에 주력 정부는 탄핵정국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신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한투증권과 대투증권 매각작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들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알림으로써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디스, S&P,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은 탄핵정국으로 인해 한국 정부가 이미 발표했던 정책들을 연기하거나 폐기하지 않을까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총리가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 등 노동계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중소 영세상인들과 자주 만나기로 한 것은 사회불안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비상점검 정부체제를 조만간 정상체제로 전환시킴으로써 시장참가자들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강조할 예정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