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 로드] 살아 있는듯 꿈틀대는 낭만의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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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해안이라고 했다.
PR담당인 줄리 스트리클랜드씨의 명함에도 난파선(Shipwreck)이란 글자가 유독 굵고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다.
1859년 모습 그대로의 하얀 등대를 중심으로, 길게 휜 해안 가득 붉고 투명한 햇살이 비끼는 늦은 오후의 와남불.
경적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차분한 곳이기에 난파선이란 글자가 더욱 생경했다.
그 잔잔한 바닷물이 무슨 힘으로 배를 깨뜨리고 뒤집을수 있다는 말인가.
호주 빅토리아주 남부, 8백리 해안에 걸쳐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와남불에서 거슬러 가로지르는 길은 의문으로 시작됐다.
'아비규환의 난파선'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의 이미지가 섞이지 않고 따로 겉돌 수밖에 없었다.
화선지에 세필을 내리그은 듯,엄청난 여백의 누런 초지를 파고 든 길은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 멈추었다.
새파란 바닷물, 그 위에 떠 있는 황토색의 석회암 바위기둥과 섬.
예사롭지 않은 해안 굴곡 역시 쉽지 않은 뱃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베이 오브 마터, 웜베이 등을 지나면서 난파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녀항해 때 침몰했으며,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더 알려진 숌버그호, 산호초에 좌초해 수장된 할라데일호 등 끊이지 않는다.
알려진 것만도 1백80척이 넘는다고 한다.
이 항로는 아주 중요했다.
고래를 따라 이민자를 태우고 또 교역선이 오가던 뱃길이었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해안선과 남극대륙에서 불어온 거친 바람에 안개까지 낄라치면 어렴풋이 정해진 길을 헤매다 수장되기 일쑤였다.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늘구멍'에 비유할 정도로 악명높았다.
근의 런던브리지는 살아있는 듯 변화하는 해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안절벽이 파도에 깎여 떨어져 나온 곳인데, 가운데 부분이 휑하니 뚫려 있어 일부러 놓은 다리처럼 보인다.
지난 1990년 뭍과 연결된 부분이 붕괴돼 영락없는 섬이 됐다.
로크 아드 고지는 난파선 이야기가 절정을 이루는 곳.
1878년 이곳을 지나다 침몰한 이민선 로크 아드호와 두 젊은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한다.
와남불에서 볼 수 있는 야외 레이저쇼의 줄거리가 유래된 곳이다.
54명의 승선자 중 살아남은 사람은 18세의 소녀 에바와 그녀를 구한 선원 톰.
대개는 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기대에 찬 질문을 던지는데,되돌아 오는 답변은 'NO'.
에바는 다시 배에 올라 영국으로 향했고, 톰은 뱃사람이 돼 각자의 길을 걸었다는 것.
크게 벌린 괴수의 아가리 속을 연상케 하는 해안은 나무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입자 고운 백사장의 만곡부는 훌렁 벗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은밀하다.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며 모래 위에 글씨를 새기는 젊은이들도 볼 수 있다.
로크 아드 고지에서 10여분 거리에 펼쳐진 12사도상.
포트 캠벨국립공원의 중심이며,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얼굴격인 곳이다.
거대한 석회암 바위무리가 해안 가까이 줄지어 있다.
예수의 12제자가 서 있는 것 같다며 이름붙였단다.
높은 것은 70m에 둘레가 65m를 헤아린다.
2천만년 전께부터 형성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바다 밑바닥이었는데, 물이 빠지면서 석회암 괴가 드러났다.
거친 파도와 바람은 해안의 석회암 절벽에 동굴을 깎았고, 점점 커진 동굴이 무너지고 또 생기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형성되었다는 것.
그 과정은 이 순간도 계속돼 1년에 10cm이상 해안절벽이 깎여내려간다고 한다.
서쪽 방향으로 열린 해안전망대에 서면 12사도상과 해안절벽, 푸른 바다가 어울려 내는 멋진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도로 계산된 설치미술작품을 보는 듯 절로 입이 벌어진다.
시간에 따라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12사도상과 절벽의 명암이 신비스런 조화를 부린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별나다.
장난감 인형처럼 작아진 12사도상과 뜯겨진 듯 거칠게 이어진 해안선, 그를 경계로 나뉜 깊은 바다와 대륙의 평원 풍광이 숨막히게 다가온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계속 달린다.
오트웨이 국립공원, 아폴로베이, 론을 거쳐 '서핑 캐피톨'로 불리는 길의 동쪽 관문 토키까지 이어진다.
와남불에서 12사도상까지 달렸던 길의 서너배를 더 달려야 한다.
아폴로베이에서 12사도상의 포트캠벨쪽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도 조성되어 있다.
올 7월께 완전히 열리는 91km의 트레킹 코스다.
해안 바닥과 삼림공원 그리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길로 아주 색다른 맛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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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호주의 정식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연방이다.
한반도보다 35배 정도 큰 땅덩어리에 1천9백만명이 살고 있다.
수도는 캔버라.
6개의 주와 2개의 특별구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
동부지역은 한국보다 1시간, 중부지역은 30분 빠르며, 서부지역은 1시간 늦다.
요즘 환율은 1호주달러에 9백13원 내외.
관광비자는 전자비자시스템(ETAS)으로 처리, 대사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에 있다.
빅토리아주는 타즈마니아를 제외한 호주에서 제일 작은 주.
주도는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이다.
멜버른은 도심 곳곳에 크고 아름다운 정원(공원)이 많아 '정원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호주에서 유일하게 도심전차 트램이 다닌다.
자주색 도심순환트램은 무료.
그레이트 오션 로드 여행은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관광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오스트레일리언 퍼시픽 투어링(APT)등의 여행사가 안내한다.
렌터카 드라이브여행을 한다면 더 좋겠다.
캐세이패시픽항공(02-311-2800)을 이용, 홍콩을 거쳐 멜버른으로 곧장 들어간다.
매일(주13회) 출발한다.
항공권 조기구매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얼리 버드 세일즈' 행사도 벌이고 있다.
6월24일까지 여행기준 왕복 66만원(6월3일까지 판매).
8월여행은 70만원(4월15일까지 판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타고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국내선으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나스항공여행(02-777-7962)은 시드니ㆍ멜버른ㆍ그레이트 오션 로드 패키지상품을 판매한다.
이오스여행사(02-511-8917)는 자유배낭여행을 안내한다.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한국사무소 (02)752-4131, www.visitmelbourne.com
와남북=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PR담당인 줄리 스트리클랜드씨의 명함에도 난파선(Shipwreck)이란 글자가 유독 굵고 선명하게 도드라져 있다.
1859년 모습 그대로의 하얀 등대를 중심으로, 길게 휜 해안 가득 붉고 투명한 햇살이 비끼는 늦은 오후의 와남불.
경적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차분한 곳이기에 난파선이란 글자가 더욱 생경했다.
그 잔잔한 바닷물이 무슨 힘으로 배를 깨뜨리고 뒤집을수 있다는 말인가.
호주 빅토리아주 남부, 8백리 해안에 걸쳐 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와남불에서 거슬러 가로지르는 길은 의문으로 시작됐다.
'아비규환의 난파선'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의 이미지가 섞이지 않고 따로 겉돌 수밖에 없었다.
화선지에 세필을 내리그은 듯,엄청난 여백의 누런 초지를 파고 든 길은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 멈추었다.
새파란 바닷물, 그 위에 떠 있는 황토색의 석회암 바위기둥과 섬.
예사롭지 않은 해안 굴곡 역시 쉽지 않은 뱃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베이 오브 마터, 웜베이 등을 지나면서 난파선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녀항해 때 침몰했으며,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더 알려진 숌버그호, 산호초에 좌초해 수장된 할라데일호 등 끊이지 않는다.
알려진 것만도 1백80척이 넘는다고 한다.
이 항로는 아주 중요했다.
고래를 따라 이민자를 태우고 또 교역선이 오가던 뱃길이었다.
그러나 들쭉날쭉한 해안선과 남극대륙에서 불어온 거친 바람에 안개까지 낄라치면 어렴풋이 정해진 길을 헤매다 수장되기 일쑤였다.
뱃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늘구멍'에 비유할 정도로 악명높았다.
근의 런던브리지는 살아있는 듯 변화하는 해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안절벽이 파도에 깎여 떨어져 나온 곳인데, 가운데 부분이 휑하니 뚫려 있어 일부러 놓은 다리처럼 보인다.
지난 1990년 뭍과 연결된 부분이 붕괴돼 영락없는 섬이 됐다.
로크 아드 고지는 난파선 이야기가 절정을 이루는 곳.
1878년 이곳을 지나다 침몰한 이민선 로크 아드호와 두 젊은 생존자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한다.
와남불에서 볼 수 있는 야외 레이저쇼의 줄거리가 유래된 곳이다.
54명의 승선자 중 살아남은 사람은 18세의 소녀 에바와 그녀를 구한 선원 톰.
대개는 둘 사이가 연인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기대에 찬 질문을 던지는데,되돌아 오는 답변은 'NO'.
에바는 다시 배에 올라 영국으로 향했고, 톰은 뱃사람이 돼 각자의 길을 걸었다는 것.
크게 벌린 괴수의 아가리 속을 연상케 하는 해안은 나무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갈 수 있게 되어 있다.
입자 고운 백사장의 만곡부는 훌렁 벗어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은밀하다.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며 모래 위에 글씨를 새기는 젊은이들도 볼 수 있다.
로크 아드 고지에서 10여분 거리에 펼쳐진 12사도상.
포트 캠벨국립공원의 중심이며,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얼굴격인 곳이다.
거대한 석회암 바위무리가 해안 가까이 줄지어 있다.
예수의 12제자가 서 있는 것 같다며 이름붙였단다.
높은 것은 70m에 둘레가 65m를 헤아린다.
2천만년 전께부터 형성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바다 밑바닥이었는데, 물이 빠지면서 석회암 괴가 드러났다.
거친 파도와 바람은 해안의 석회암 절벽에 동굴을 깎았고, 점점 커진 동굴이 무너지고 또 생기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이 형성되었다는 것.
그 과정은 이 순간도 계속돼 1년에 10cm이상 해안절벽이 깎여내려간다고 한다.
서쪽 방향으로 열린 해안전망대에 서면 12사도상과 해안절벽, 푸른 바다가 어울려 내는 멋진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도로 계산된 설치미술작품을 보는 듯 절로 입이 벌어진다.
시간에 따라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는 12사도상과 절벽의 명암이 신비스런 조화를 부린다.
헬리콥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별나다.
장난감 인형처럼 작아진 12사도상과 뜯겨진 듯 거칠게 이어진 해안선, 그를 경계로 나뉜 깊은 바다와 대륙의 평원 풍광이 숨막히게 다가온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계속 달린다.
오트웨이 국립공원, 아폴로베이, 론을 거쳐 '서핑 캐피톨'로 불리는 길의 동쪽 관문 토키까지 이어진다.
와남불에서 12사도상까지 달렸던 길의 서너배를 더 달려야 한다.
아폴로베이에서 12사도상의 포트캠벨쪽으로 그레이트 오션 워크도 조성되어 있다.
올 7월께 완전히 열리는 91km의 트레킹 코스다.
해안 바닥과 삼림공원 그리고 그레이트 오션 로드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길로 아주 색다른 맛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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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호주의 정식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연방이다.
한반도보다 35배 정도 큰 땅덩어리에 1천9백만명이 살고 있다.
수도는 캔버라.
6개의 주와 2개의 특별구로 구성되어 있다.
계절은 한국과 정반대.
동부지역은 한국보다 1시간, 중부지역은 30분 빠르며, 서부지역은 1시간 늦다.
요즘 환율은 1호주달러에 9백13원 내외.
관광비자는 전자비자시스템(ETAS)으로 처리, 대사관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빅토리아주에 있다.
빅토리아주는 타즈마니아를 제외한 호주에서 제일 작은 주.
주도는 호주 제2의 도시 멜버른이다.
멜버른은 도심 곳곳에 크고 아름다운 정원(공원)이 많아 '정원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호주에서 유일하게 도심전차 트램이 다닌다.
자주색 도심순환트램은 무료.
그레이트 오션 로드 여행은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관광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오스트레일리언 퍼시픽 투어링(APT)등의 여행사가 안내한다.
렌터카 드라이브여행을 한다면 더 좋겠다.
캐세이패시픽항공(02-311-2800)을 이용, 홍콩을 거쳐 멜버른으로 곧장 들어간다.
매일(주13회) 출발한다.
항공권 조기구매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얼리 버드 세일즈' 행사도 벌이고 있다.
6월24일까지 여행기준 왕복 66만원(6월3일까지 판매).
8월여행은 70만원(4월15일까지 판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을 타고 시드니를 거쳐 멜버른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시드니에서 멜버른까지 국내선으로 1시간10분 정도 걸린다.
나스항공여행(02-777-7962)은 시드니ㆍ멜버른ㆍ그레이트 오션 로드 패키지상품을 판매한다.
이오스여행사(02-511-8917)는 자유배낭여행을 안내한다.
호주 빅토리아주관광청 한국사무소 (02)752-4131, www.visitmelbourne.com
와남북=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