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국민불안 해소에 '올인'하라..김영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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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안 가결의 충격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탄핵을 화두로 올린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헌재 경제부총리에 대한 해외의 신뢰가 높아 금융시장에 심각한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더군다나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증폭된 보·혁(保革) 갈등이 또다른 불안요인으로 내연하고 있는 터다.
혼란과 갈등을 추스를 해법을 찾지 못하면 탄핵안 가결,그 자체보다 더 강력한 후폭풍이 불어닥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습이다.
자성하기는커녕 '네탓 공방'에만 매달리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한국 정치의 구태를 재삼 확인시켜 줬다.
일치단결해 비리의원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감옥에 있는 의원 석방 동의안을 가결하고….으레 그렇게 하는 것이 정치라고 믿어온 국민들이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듯이 야당은 정치를 수의 힘만으로 좌지우지하려 했다.
"정치인은 있으나 정치는 없다"는 비난을 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야당은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불행한 선례를 남겼음을 부인할 수 없다.
탄핵 정국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노무현 대통령 또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노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에 앞장선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이 곧 '노무현'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총선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기 영합' 정책을 편다는 지적과 함께 총선 올인 전략을 쓴다는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정도가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過猶不及)"고 했다.
요즘 탄핵 정국을 보면서 이 고사성어가 새삼 떠오른다.
탄핵안 가결과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여야와 대통령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쏟아부은 결과에 다름 아니다.
힘을 남겨 두어야만 정치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정치권과 청와대 모두 '올인'이다.
정치에서 절대 선(善)과 절대 악(惡)의 대립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야당의 탄핵 가결이 정략적이었다면 노 대통령 또한 그와 유사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대응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은 대통령 직을 가진 사람과 대통령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따로따로 있는 '비상상황'이다.
당연히 국가 인적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정책 추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국민들은 이로 인한 국정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국민을 위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당리당략에 앞서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4·15 총선을 제2의 대선으로 몰고가 국민들을 네편 내편으로 갈라 놓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총선은 해당 지역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다.
국민들에게 총선을 제2의 대선으로 인식시키게 되면 누가 승리하든 치유하기 힘든 갈등의 골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탄핵안을 가결시킨 야 3당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여당의 행보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치가 잘못되면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들이 고생한다는 사실을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호(號)'는 순항해야 한다.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