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김과장에게 보내는 편지..최병인 <노틸러스효성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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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hoi@hyosung.com
지난 연말 인사평가 후 김 과장의 어깨가 처져 있는 모습이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누구보다도 유능하다고 인정되고 그간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김 과장이 지난해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해서다.
불행히도 최근 국내 경기의 하락에 따라 해당 사업부문의 실적이 예년에 비해 악화됐다.
명문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입사 때부터 주목을 받았고,그간 뛰어난 성과로 좋은 평가와 빠른 승진을 누려온 김 과장으로서 이번 평가는 어느 정도 예상했겠지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항상 자신감에 충만해서 활기차게 직장생활을 해오던 김 과장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편지를 보냈다.
"김 과장의 모습을 보면서 직원의 인사평가가 항상 유쾌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부정적 평가를 받아볼 직원들의 심리적 갈등을 생각하면 평가자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습니다.
특히 김 과장의 경우처럼,회사와 업무에 헌신하고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따르지 않을 경우와 회사 전반의 실적이 악화되어 평균적으로 평가가 낮아지는 경우에는 더더욱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루빨리 의기소침에서 탈피하기를 바랍니다.
자신감의 상실과 의욕의 저하로 연결되고,결과적으로 업무성과 저하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성공과 실패의 부침은 있게 마련인데,성공을 더더욱 발전시키는 경우보다 실패를 떨치고 일어나는 일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긍정적인 사고,절망 가운데 희망을 끼우는 강한 정신력을 기대합니다.
한번의 평가 결과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회사가 개인을 보는 시각은 한두 해의 평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간 실적과 소속된 팀과 사업부문에 대한 기여,동료 선후배와의 팀웍 등 여러 지표들의 종합 평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개인보다 회사의 관점에서 추진하고,자신의 업무 범위를 뛰어넘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김 과장의 노력은 여러 사람들의 머리 속에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궁극적으로 좋은 평가가 주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혼자만의 고민으로 간직하지 말고,마음 속의 생각을 저와 상의하기 바랍니다.
이 편지를 통해 그러한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들어설 김 과장을 생각하면서 이 편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