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얼핏보면 대통령 탄핵소추사태와 무관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첫번째 거래일인 15일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4백6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예상보다 매도물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종합주가지수가 900선을 넘은 이후 외국인이 꾸준히 차익실현을 해왔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물량이라는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코스닥에선 오히려 26일째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고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지난 한주 주가가 6% 이상 떨어지는등 조정을 받을 만큼 받았지만,쉽사리 "세일"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차익실현을 하던 세력은 그대로 주식을 팔고 있지만 그렇다고 새롭게 주식을 사는 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며 당분간 외국인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관망이 주류


당초 우려했던 외국인의 급매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동원증권 뉴욕법인 관계자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랐지만 주말 이후엔 질의를 해오는 투자자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김선배 전무는 "홍콩 투자자들의 일반적 시각은 일단 지켜본 뒤 저가매수에 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정치적 리스크는 커졌지만 이보다는 세계경제의 회복속도에 따른 한국주식의 상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한국증시에서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는 특별한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매수종목이 은행주 전자전기주 등으로 골고루 분포됐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매도 물량의 성격을 분석하면 적어도 15일엔 탄핵매물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가매수 논란


그러나 현 상황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보느냐는 데는 외국계 증권사마다 시각이 다르다.


골드만삭스는 적극적인 저가매수를 지지하고 있다.


이 증권사는 "탄핵의 영향은 미미하며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돌파한다는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량주 세일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반면 CSFB는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며 저가매수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치적 리스크가 커진 만큼 조급하게 주식을 사려고 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모건스탠리 역시 방어적 투자를 권고했다.


정치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최근 진행되던 한국주식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주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홍콩법인 김 전무는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커졌지만 외국인의 관점은 결국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로 귀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탄핵에 따른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면 증시는 생각보다 일찍 탄핵정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