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1등산업으로 키우자] (7) 건설제도, 선진국형 경쟁체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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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규제와 보호 중심으로 이뤄진 건설제도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의 건설 관련 법과 제도는 60년대 이후 고도성장 과정에서 건설업 육성에 중점을 두고 제정된 것이어서 시장경쟁체제보다는 보호와 규제에 치중돼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법령이 방대하고 소관부처마저 복잡하게 얽혀있다보니 건설현장에서의 준수율도 매우 낮다.
건설현장에서 범법자들이 양산되고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지난 98년부터 규제개혁위원회 주도로 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건설업역과 건설생산체계,하도급구조,입찰제도 등 핵심내용은 선진국형 시장경쟁체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진단이다.
◆지나치게 복잡한 건설관련 법 체계
국내 건설 관련 법령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하다.
국내 건설구조물은 '법이 만들어낸다'고 할 정도다.
건설인들의 창의력이나 기술력은 발휘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게 건설인들의 하소연이다.
현재 건설교통부 소관 법령만도 78개 법률,91개 시행령,97개 부령 등 모두 2백66개에 달한다.
훈령도 1백27개에 이른다.
여기에 예규 지침 고시 공고 등은 얼마나 되는지 집계도 안된다.
건교부 외에도 10개 부처에서 건설 관련 법령 3백18개를 관장하고 있다.
예컨대 공공공사 발주는 재정경제부,전기공사업법은 산업자원부,정보통신공사업법은 정보통신부,설계 등 엔지니어링업기술진흥법은 과학기술부 소관으로 분리돼 있다.
문제는 이들 법률이 서로 상충돼도 조율기구 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건설 관련 규제개혁요구는 해마다 쌓이고 있다.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개혁 대상 가운데 45.2%인 3천4백75건이 건설산업 관련 건이다.
◆고비용·저효율 강요하는 규정 수두룩
방대한 법령체계 못지않게 법령의 후진성도 개선돼야 할 과제다.
현행 건설제도는 건설업계의 업무영역 체계,공사계약 후 건설생산 과정,공사발주 및 수주관련 제도 등에서 심각한 규제와 보호장막이 형성돼 있다.
우선 전기공사 정보통신공사 소방공사 등의 공사는 표준산업분류상 건설업에 분류되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공사에 포함시키지 않아 규제와 과잉보호라는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들 가운데 전기공사는 전기공사업법,정보통신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법,소방설비공사는 소방법,문화재수리공사는 문화재보호법 등 개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공사발주도 발주기관이 별도로 발주한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공사의 통폐합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당 업계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현행체제의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분리기준 자체가 없고 통합발주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의 일반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 간 '겸업제한'도 해묵은 분쟁거리이자 규제사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뚜렷한 결론없이 겸업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겸업제한이란 일반건설업자는 전문건설업자의 공사업종에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면허를 동시에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위장계열사를 설립하거나,전문건설업 면허대여 등을 통해 법망을 피해나가고 있다.
전문건설업체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을 못주도록 한 재하도급 금지조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실제 공사현장에서는 2,3,4차에 이르는 다단계 하도급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또 일반건설업자가 전문건설업체에 공사의 일부를 줘야하는 의무하도급 조항도 경쟁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로 꼽히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건설업역간 자유로운 진입,건설생산 과정에 대한 규제 완화,공사 발주·입찰 제도 선진화 등의 큰 틀에서 규제개혁이 강력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국내 건설제도는 지나치게 경쟁을 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스탠더드(국제표준)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체의 영업범위,건설업체가 공사할 공종,하도급을 나눠주는 형태,건설기술자의 현장배치 방식까지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는 비판이다.
미국 일본 등 건설 선진국의 경우 전문업체와 일반건설업의 영역구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본은 일반·전문 구분없이 28개 건설업종으로 단순화돼 있고 업종간 겸업제한도 없다.
미국 역시 일반 및 전문으로 나누는 업역제한이 없다.
업체들이 스스로 일반과 전문건설로 업역 범위를 설정해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법과 제도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