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대전ㆍ대구ㆍ경북지역 산업계가 소비가 줄고 자본이 빠져 나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고속철 운행으로 서울 왕복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해당 지역 소비자들이 서울을 직접 찾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는 자본 유출에 대한 걱정이 크다. 쇼핑시설이 풍부하고 명품시장 규모도 큰 서울로 쇼핑 나들이가 잦아지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백화점 대전점 박상배 홍보매니저는 "까딱하면 상권이 서울에 종속되는 사태까지 올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인고속도로 경인전철 등의 개통으로 서울과 가까워진 인천은 고유상권이 아예 없어졌다"며 "대전도 제2의 인천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대전 유통업계는 매출의 5∼6%를 차지하는 1천여명가량의 최상류층이 이탈할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마케팅 강화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대구지역도 고소득층을 서울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구백화점의 경우 최근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애플클럽을 만들어 VIP전용 주차공간과 휴식시설, 5% 할인권 등을 제공하고 식당도 고급형으로 바꿨다. 의류 골프류 화장품류를 중심으로 명품과 수입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의료원 등도 상류층 환자들의 서울 이동에 대비해 암 치료장비 등을 새로 도입하는 등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대구ㆍ예천공항에 국내선 여객기를 띄우고 있는 항공업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견해다. 항공기 운임이 고속철도의 1.6배인데다 기상악화의 영향을 크게 받아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고속철도 개통으로 대구공항 이용객 수가 6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서울~대구노선을 일 9편에서 2편으로, 아시아나항공은 8편에서 1편으로 각각 줄이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서울과 거리가 먼 부산은 느긋한 모습이다. 롯데 현대 등 백화점은 국내 최대 규모여서 서울 못지않은 상품구색을 갖추고 있다. 롯데 부산점은 매장면적이 1만3천2백11평으로 전국 백화점중 최대로 지난해 말부터 2백억원을 들여 세계 최고 수준의 리뉴얼 공사까지 마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역 유통업체는 오히려 수도권 고객들이 관광을 겸해 쇼핑을 부산으로 내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북대 이종현 교수는 "고속철도가 생기면 이동성이 커지면서 분야별로 매력이 강한 곳으로 사람이 몰리는 만큼 매력을 분산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방에 대한 투자와 분산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창현ㆍ김태현ㆍ신경원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