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15일 처음 열린 국내 금융시장은 특별한 동요없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증시에서는 기관이 모처럼 매수세로 돌아서 주가 상승을 이끌었고, 외국인들도 관망세 속에 매도를 자제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내림세로 돌아서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모습이 탄핵 정국 이전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발빠른 대응이 주효했다며 '이헌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기관ㆍ개인, 매수 주체로 증시의 투자주체별 매매패턴이 달라졌다. '외국인 매수, 기관ㆍ개인 매도'의 패턴이 역전됐다. 외국인은 소량이지만 순매도로 대응했고,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면서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인 것은 기관투자가였다. 장이 열리자마자 대량의 매수 주문을 내놓았다. 개장 후 10분도 안돼 1백억원어치 이상 순매수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오전장에서만 순매수 규모를 3백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오후 들어서는 매수와 매도가 공방을 벌였지만 저가 매수세는 꾸준히 유입됐다. 이날 투신권을 중심으로 기관투자가는 3백90억원이 넘는 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정부가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발빠르게 대응한 데다 증권ㆍ투신사 사장단이 자율적으로 시장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는 기관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자 조심스럽게 매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은 "기관투자가의 주식 매수는 한국 증시에 대해 관망세를 보이는 외국인에게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며 "탄핵 정국 초기에 시장의 동요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며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이었던 외국인은 이날 4백60여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주 이후 차익 매물이 계속 흘러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지 않은 물량이다. 오히려 장 마감 직전의 동시 호가와 시간외 거래에서는 저가에 주식을 사자는 주문을 대량으로 냈다. ◆ 외국인 재매수 시기 '촉각' 앞으로 관건은 기관의 매수세 지속 여부와 외국인중 새로운 매수 세력이 나타나느냐다. 외국인이 급매물을 내놓고 있으나, 적극적인 매수 세력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횡보장세를 조기에 마감하고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들어서려면 새로운 매수 세력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900선 이상에서 850 안팎으로 지수가 떨어졌으면 조정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 볼 수 있다"며 "외국인 매수 세력이 언제쯤 형성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