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의 선장'인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극도로 몸을 낮추는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고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주재 등 각종 집무는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정부 중앙청사 내 집무실에서 처리하고 있다. 외교 의전상 부득이한 경우에만 청와대를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청와대 비서실과 총리비서실은 지금처럼 별도 운영하되 필요한 경우 청와대 비서진으로부터 보고를 받기로 했다. 경호와 의전도 최대한 간소화했다. 정치권과의 마찰을 피하고 정부 내 의견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리실 간부와 내각에 입조심도 시켰다. 야당의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 요청과 관련, 총리실의 입장이 부정적인 것으로 보도되자 15일 간부들을 질책했다. 또 국회를 통과한 사면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의결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부처가 충분히 협의한 뒤 직접 내 지침을 받아라"고 지시했다. 고 권한대행은 국정 운영에 정치논리를 배제하면서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안보태세 강화, 경제ㆍ민생 안정, 공명선거 관리 등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안보상태를 점검했고 경제와 외교도 챙겼다. 경제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대외 신인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외 공관에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13일엔 이같은 위기점검을 반복하면서 수습에 주력했다. 14일에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충남북의 폭설피해 농가를 방문하는 여유를 보였다. 현재까지 고 권한대행은 탄핵 정국을 잘 돌파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행체제라는 한계를 안고 출발한 만큼 민감한 현안을 원활히 풀어 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