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시장의 최강자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는 사업에 치중했다. 그러다 점차 ERP(전사적자원관리) CRM(고객관계관리) SCM(공급망관리) 등 기업의 e비즈니스에 필수적인 토털 솔루션을 공급하는 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오라클은 'DB업체'로 강하게 인식돼 있다. 특히 국내 DBMS시장에선 15년 전 진출한 이래 줄곧 시장점유율이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을 정도로 확고부동한 선두를 고수해왔다. 지난 89년 설립된 국내 법인인 한국오라클은 고객사가 무려 6천여개에 이른다. 이러한 성공엔 '난공불락(Unbreakable)'이라는 수식어를 도용할만큼 제품의 성능을 강조한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외부의 평가다. 화재나 폭발과 같은 재해가 발생해도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고 좀처럼 시스템이 다운되지 않는 견고함을 부각시킨 전세계적인 '난공불락 캠페인'이 오라클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는 것. 주력 DB제품인 '오라클9i 데이터베이스'로 명성을 누려온 오라클은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버전인 '오라클10g'를 선보이며 DB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오라클이 10g 제품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IT(정보기술) 패러다임으로 '그리드 컴퓨팅'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 내 산재된 수많은 서버와 PC를 하나로 묶어 슈퍼컴퓨터처럼 이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자원 관리와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오라클 10g의 'g'도 그리드(grid)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오라클은 이처럼 DBMS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올해는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와 기업성과관리 등 특화된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시장 다각화로 기업용 솔루션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해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분석 솔루션인 BI와 업무성과를 관리하는 솔루션은 전략·투명 경영을 가능케 한다"며 "생산성을 최고로 치는 요즘 시대에 적합한 도구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 영역으로 보면 오라클의 새로운 타깃은 중소기업(SMB) 시장이다. 한국오라클도 최근 중소기업의 환경에 최적화된 ERP 솔루션인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전격 영업에 들어갔다. 이 제품은 기존 SMB용 제품을 소규모 중소기업에 적합하게 재구성하고,가격을 국산 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게 특징. 또 SMB용 솔루션의 인지도 강화를 위해 협력사별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파트너 전략을 수립하고,전문 파트너의 발굴에 통한 채널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