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중순 중국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져들었다.


게임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중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중국 최초의 게임전문전시회 '차이나조이'에 모습을 드러낸 엔씨소프트의 3차원 온라인게임 '리니지Ⅱ' 때문이었다.


이제껏 보지못했던 환상적인 3차원 그래픽의 마술로 빚어진 리니지Ⅱ 앞에서 10만여명의 중국 게이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베이징오락신보, 창사만보 등 중국 언론들은 앞다퉈 리니지Ⅱ의 중국 입성을 대서특필했다.


중국 게임시장에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탈(脫)한국'을 꿈꿔온 중국 게임업체들의 의지를 일격에 꺾어버린 것이다.



리니지Ⅱ 뿐만이 아니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단순히 한류열풍에 그치지 않고 중국 게임시장을 주도하면서 중국의 젊은 세대가 온라인게임에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대만 태국 등 동남아는 물론 세계 게임강국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도 국산 온라인게임의 위세는 대단하다.


소프트뱅크, NTT 등 일본 굴지의 IT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한국 온라인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을 정도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모리시타 가즈키 사장은 "라그나로크와 같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콘솔게임 위주인 일본 게임시장에서 네트워크 게임시대를 여는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게임개발사에는 중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온라인게임업체에서 한 수 배우려는 것이다.


게임을 개발하는 스튜디오를 아예 한국으로 옮긴 외국 게임개발사까지 등장했다.


미국 게임개발업체인 탈드렌테크놀로지는 작년말 서울 포이동에 스튜디오를 차리고 국내 게임개발자를 영입해 온라인게임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외국 게임개발자도 늘어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IT업체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우수 인력들조차 한국 본사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넥슨이 세계 최초로 그래픽 기반의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 '바람의 나라'를 개발, 온라인게임의 지평을 연지 꼭 8년만에 한국이 세계게임산업의 주역으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그러나 안팎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등 세계적 게임업체들이 온라인게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는 중국과 대만 게임업체들의 공세도 거세다.


유명 게임개발사인 미국 바이오웨어의 레이 뮤지카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개발사를 얼마나 길러내느냐가 한국 게임산업의 장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NHN의 김범수 사장은 "핵심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 온라인게임의 영화가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한국산 게임이 유망 문화콘텐츠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숱한 과제가 남아 있다.


좌충우돌하는 게임 관련 규제와 제도는 게임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게임은 무조건 나쁘다는 사회적 편견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정책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중앙대의 위정현 교수는 "온라인게임이 5천년 역사상 금속활자 거북선과 함께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3대 창작물 중 하나"라며 "게임산업에 대한 범국가적인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