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공공부문의 가치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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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의 특징은 국민들이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품이나 회사가 마음에 안들면 다른 회사 것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사는 곳이나 하는 비즈니스에 따라 '주어진' 것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지 않는 한 바꾸기가 어렵다.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공공부문은 국민들 편에서 보면 부모형제나 같다고 할 수 있다.
부유한 가정에서 나느냐 아니면 가난을 물려받느냐가 복(福)이요 운명이듯 어떤 공공기관을 만나느냐도 그래서 국민에겐 운명의 영역이라고 하겠다.
그동안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변화의 동기가 적고 속도가 느린 데는 이런 구조적인 이유도 있다.
다른 대안이 별로 없는 사실상의 '독점'인 만큼 '해오던 대로'만 하면 그만이었다.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는 별로 높아지지 않고 있다.
만족도가 높지 않기는 공공부문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부족하고 인원도 많지 않은데 쏟아지는 것은 민원인들의 불만뿐이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욕은 욕대로 먹는다"고 느끼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공공서비스가 국민의 복지수준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당대에 일가(一家)를 이루지 못하면 가난이 대물림 되듯이 공공부문이 제대로 개혁되지 않으면 국민이 느끼는 '삶의 질'은 절대 올라가지 않는다.
이 상태로라면 경제 선진국이 돼도 복지선진국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을 들으면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억울해 할 것이다.
실제로 90년대 말 국민의정부 시절부터 행정기관의 경우 각 부처마다 혁신팀이 조직돼 민간부문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결과가 신통찮으면 어떤 노력도 무의미하다.
특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공공부문이 과연 그 수요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 혁신을 해왔느냐는 점이다.
국민들이 어떻게 느끼든 해당 기관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만 힘을 기울여 온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공공기관 중심 또는 공급자 중심의 가치를,서비스를 받는 국민 중심 또는 수요자 중심의 가치로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이다.
공공부문 가치혁신의 대표사례로 꼽히는 뉴욕 경찰국(NYPD)의 예를 보자.당시 국장이던 윌리엄 브래튼(현 LA경찰국장)의 성공 비결은 시민의 입장에서 경찰 업무를 재정의한 것이었다.
시민들 편에 서니 공공화장실 단속이 절실해 보였다.
공공화장실을 단속하면서 뉴욕경찰은 마약소지자,강도용의자들을 쉽게 체포했고 중범죄에 쓰일 수 있는 흉기들을 대거 거둬들여 결과적으로 강력범죄를 줄일 수 있었다.
시민편에 서면 가치가 전혀 새롭게 보인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93년 '신경영'을 추진하면서 직접 찾아가 만났다는 일본 이즈모시의 이와구니 데쓴도 시장의 예가 바로 그렇다.
이와구니 시장은 "행정은 최고의 서비스가 돼야 한다"며 시장과 백화점에 시청 분소를 내 시민들이 민원서류를 떼러 시청까지 찾아올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이 회장은 이를 두고 "기업으로 보면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경영체제를 바꾼 작업"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공공부문의 가치혁신은 별도의 '돈'이 드는 작업이 아니다.
이제까지 쓸 데 없는 데 쏟았던 에너지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향 선회라고 보면 된다.
국민의 눈으로,시민의 편에서 보면 국민들과도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