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국민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17대 총선이 정책부재 선거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로 불거진 보혁갈등과 탄핵가결 이후 여야의 사활을 건 주도권 다툼 등 극한의 정쟁속에 비전과 지역발전 방안 등 정책은 아예 묻혀버리는 양상이다.


총선이 채 30일도 남지 않았지만 총선분위기는 아예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당장 여야는 16일 현재까지 17대 총선 공약집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야 모두 탄핵가결 이후 여론향배를 쫓는데 급급하고 있다.


특히 여야가 노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이번 총선이 2002년 대선전의 재판이 되고 있다.


당장 야당은 '친노(親盧)대 반노(反盧)의 대결구도'를 총선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고 이에 맞서 여당은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대결'을 부각시키고 있다.


게다가 '안정이냐,혼란이냐'는 과거 선거의 쟁점이 부활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여당이 '탄핵=혼란'이라는 등식을 내세우는 반면 야당은 '탄핵=안정'이라는 등식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의 쟁점이 온통 노 대통령 탄핵과 이념논쟁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 국민의 관심사인 지역현안 등 정책은 뒷전에 밀리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총선구도가 친노와 반노세력의 대결양상으로 흐를 경우 유권자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져 자칫 정책과 인물대결이 실종될 수 있다"며 "엄청난 후유증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원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총선이 탄핵사태로 2002년에 이어 또다시 노 대통령 지지여부를 묻는 선거로 변질되는 것 같다"며 "정책과 민생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제시하는 총선의 본질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소모적인 선거를 피한다는 측면에서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탄핵정국하에서 국론분열이 지속될 경우 이번 총선은 출마자 개인의 능력이나 도덕성은 배제된 채 탄핵찬반을 묻는 범국민적 법률심판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