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경제현장 표정 : '외식업소ㆍ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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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소와 술집은 요즘 '탄핵 토론'으로 시끌벅적하다.
점심 때는 물론이고 저녁 때도 탄핵을 안주로 장시간 음식과 술을 즐기는 '탄핵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등 고급음식점들은 손님이 예전보다 많이 늘긴 했으나 매상이 소폭 줄어 '속빈 강정형 특수'라고 부른다.
서울 명동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관계자는 16일 "요즘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때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단가가 낮은 술을 마시며 탄핵토론을 하는 고객이 더 많아 매출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다보면 단연 탄핵이 화제"라며 "자연히 손님들의 평균식사시간이 길어져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맥주 등 술을 주문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는게 그의 설명.
특히 찬반 토론이 거센 테이블에서는 맥주가 '낮술' 수준 이상으로 주문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탄핵 때문에 골치아픈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곱창구이집을 하는 황모 사장(52)은 "손님들간에 벌어지는 시비를 말리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술취한 손님들은 자기 생각과 다른 의견을 들으면 항의한다"면서 "술 때문에 자제가 잘 안돼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황 사장은 "술손님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탄핵다툼이 심해져 장사하는게 아슬아슬하다"고 설명했다.
소주나 맥주집 등 서민들이 많이 찾는 술집에서는 정치논쟁으로 영업시간을 넘기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맥주전문점 쪼끼쪼끼 부천송내점을 운영하는 정장조씨는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주 금요일부터 손님들이 평소보다 20% 가량 늘었지만 문닫는 시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점포는 오피스빌딩가(街)가 아닌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 데도 탄핵안 찬반을 놓고 밤이 깊은 줄 모르고 목청을 높이는 손님들이 많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소주방 주인은 "연령대가 다른 손님들은 불상사를 우려해 멀찌감치 떨어뜨려 안내하고 있다"며 "말싸움이 나지 않도록 애쓴다"고 말했다.
심지어 손님과 술집 주인이 언쟁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주류업체 영업담당자는 "술집 주인들도 요즘 30∼40대로 젊어져 손님들과 즉석토론을 하기도 한다"며 "가능한 한 손님과 토론을 하지 않으려 하지만 의견을 물어오는 손님이 적지 않아 난감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ㆍ손성태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