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전을 줄곧 지지해온 스페인이 끔찍한 폭탄테러를 당해 미국 동맹국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안에서도 테러위협이 그 어느 때 보다 점증하고 있다. 16일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군정 당국과 경찰은 이라크전 개전 1주년이 되는 오는 20일부터 바그다드가 함락된 시기인 내달 초순까지 저항세력들의 대형 테러공격이 집중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이 기간에는 쿠르드족의 최대 명절로 꼽히는 나우로즈(3월21일.봄의 축제)와 시아 무슬림들이 추앙하는 이맘(마호메트 계승자) 알-후세인의 서거일(아슈라)로부터 40일째가 되는 아르비엔야(4월10일)가 끼어 있다. 쿠르드족은 전쟁으로 지난 해 나우로즈를 사실상 건너 뛰었고, 지난 8일 완성된임시헌법에 자신들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것을 자축하기 위해 공휴일인 올해 나우로즈를 비교적 성대하게 보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쿠르드족의 움직임에 불만을 키워온 세력들이 이번 축제기간에 대규모 보복성 테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전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쿠르드족은 이드 알-아드하(희생제)가 시작되는 지난 2월1일 자치지역 아르빌에서 이미 2건의 자살폭탄 공격을 받아 300여명의사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또 바그다드 함락일(4월9일) 다음 날인 4월10일은 예언자 모하메트의 외손자로시아파가 추앙하는 제4대 칼리프 알리 빈 아브탈리브의 아들인 알-후세인의 서거일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이다. 시아 무슬림들은 아르비엔야라고 불리는 이날, 서기 680년 이슬람 패권을 놓고벌어진 카르발라 전투에서 전사한 알-후세인의 묘지가 있는 카르발라에 모여서 다양한 추모행사를 연다. 올해의 아르비엔야에는 지난 2일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의 시아파 사원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8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아슈라 때보다 더 많은 무슬림들이 카르발라로 몰려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지 소식통은 "수 많은 무슬림들이 아르비엔야 행사 참가를 위해 수 십, 수 백㎞ 를 걸어 카르발라로 가기도 한다"며 "후세인 정권 붕괴후 처음 열린다는 상징성도 있기 때문에 엄청난 인파가 운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알카에다 연계 테러조직이나 저항세력들이 이라크 내 종파분쟁을유도할 목적으로 아슈라 대참사 이상의 테러공격을 아르비엔야때 감행할 것으로 미군정 당국은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도 개전일로부터 아르비엔야까지를 저항세력의 테러위협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추가파병을 앞둔 한국의 교민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