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탄핵쇼크'를 딛고 일어섰다. 종합주가지수는 17일 전날보다 2.61% 급등한 872.38을 기록,대통령 탄핵안의 국회통과 직전인 지난 11일 지수(869.93)를 웃돌았다. 상승폭으로는 올들어 최대치다. 일부 낙관론자들은 "증시가 다시 상승추세로 복귀할 것"이라고 점쳤다. 가장 우려했던 외국인 매물이 사라진데다 국내 기업의 실적호전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다. 기관 및 외국인의 쌍끌이 장세가 지난 1월14일 이후 2개월만에 재연된 것도 좋은 징후로 보고있다. 그러나 한국증시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상승기조 진입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강한 편이다. ◆자취를 감춘 매물 이날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0월10일(2.95%) 이후 6개월만에 최대치다. 상승종목(5백82개)이 하락종목(1백60개)을 압도해 체감지수도 훈훈했다. 하지만 뚜렷한 매수주체는 없었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했지만 그 규모는 4백59억원에 불과했다. 기관들도 소폭 순매수(1백59억원)에 그쳤다. 박승원 서울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이날 주가급등은 매물공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에서 각 투자주체별로 '저가매수'에 나서자 주가가 크게 뛰었다는 설명이다. ◆수출주·은행주 급등 주가급등의 주역은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수출관련 대형제조주와 은행주였다. 전문가들은 낙폭과대와 실적호전 기대감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했다. 이창훈 동원투신 상무는 "수출경기의 호황으로 수출기업의 실적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까지 증시의 실적모멘텀은 유효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탄핵쇼크의 최대 피해주였던 은행주의 선전도 돋보였다. 정국불안의 여파로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확산으로 외국인이 그동안 관련 주식을 대거 처분했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의 '사자'가 유입되면서 국민 우리금융 신한지주 등이 5%가량 급반등했다. 손동식 미래엣세자산운용 상무는 "이날 은행주의 급반등은 탄핵정국이 내수경기에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시장참여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가 변수 오성식 템플턴투신운용 상무는 "주가가 상승추세로 진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미 증시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년여간 주가상승의 원동력(수출경기 호전)이었던 미국과 중국의 경기상승 추세에 다소 불안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고용지표 및 설비투자 둔화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경기조절 정책도 우리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됐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