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적지에서 난적 이란을 꺾고 아테네행 대장정의 최대 고비를 돌파했다.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17일밤(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경기장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에서 후반 15분 터진 이천수의 통괘한 결승골에 힘입어 이란을 1-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이로써 쾌조의 2연승으로 승점 6을 확보하며 A조 단독 선두로 올라서 조 1위팀에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 확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 올림픽대표팀은 이란과 역대전적에서 2승1무로 우위를 지켰고 그동안 각급 대표팀이 원정경기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테헤란 징크스'를 말끔히 씻어낸 동시에 지난 64년 이후 이어져온 이란의 40년 홈 불패 행진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쿤밍 고지훈련으로 완벽한 적응력을 키운 태극전사들이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딛고 이란의 거칠고 선굵은 축구를 지혜롭게 요리한 한판 명승부였다. 최성국 조재진을 투톱에,이천수를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운 한국은 김치곤 조병국 박용호의 스리백 수비라인을 견고히 다지고 김동진 김정우 김두현 박규선으로 이어지는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강화하면서 조심스럽게 탐색전에 나섰다. 전반 10분을 넘기며 탐색전을 마치고 서서히 주도권을 잡아나간 한국은 13분 공격에 가담한 중앙수비수 조병국의 방아찧기 헤딩슛으로 포문을 열고 3분 뒤 최성국이 수비 뒷공간을 날카롭게 침투하며 공세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공격 흐름을 주도하던 한국은 그러나 전반 23분 2선을 파고든 이란의 카비에게 수비진이 한방에 뚫리면서 볼 트래핑만 제대로 됐으면 결정적인 골 찬스를 내줄뻔한 아찔한 순간을 넘겼다. 한국은 전반 39분 조재진이 헤딩으로 골지역 중앙으로 볼을 떨궈주자 이천수가 뛰쳐나오는 골키퍼 위를 넘기며 오른발 발등으로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야속하게도 크로스바 밑둥을 맞고 나오며 가장 아까운 선제골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이천수가 머리를 쥐어잡은 '골대의 불운'은 후반 천금같은 결승골을 위한 예고편이었다. 후반들어 훨씬 더 거센 압박으로 밀고나온 이란의 거친 플레이에 잠시 주춤한 한국은 전열을 가다듬고 재공세에 나섰고 애타게 기다려온 득점포는 공격진영을 활발하게 휘젓던 스페인 태극전사 이천수의 발끝에서 터져 나왔다. 이천수는 후반 15분 조재진이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살짝 찔러준 볼을 잡아 수비수 한명을 현란한 드리블로 가볍게 제쳐내고 왼발로 한번 더 치고 들어간 뒤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통렬한 슈팅을 날려 굳게 닫혀있던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짜릿한 선제골을 작렬한 뒤 이란의 반격에 직면해 후반 30분과 32분,인저리타임에 세 차례 위기를 맞았으나 바다비의 슈팅을 '거미손' 김영광이 온몸을 던지는 선방으로 막아내 귀중한 승리를 지켜냈다.